[칼럼]

 

 

근현대사의 자취를 모아 익산시 역사박물관을 만들자.
원도심에 역사의 옷을 입히면 어떨까?

 

 

지금 익산은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매년 진행해온 희망연대의 희망창안대회의 올해 주제가 그것이고, 좋은정치시민넷은 익산의 근현대사에 관심을 두고 강연과 토론,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익산참여연대도 강연을 한차례 진행하고 원도심 탐방순회까지 마친 상태다. 사실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개발과 투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익산시의 정책과 예산을 통해 경관을 정비하고 문화거리를 조성한 상태지만 아직도 외양만 바뀌고 실속은 없는 상태다. 그래서 다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활성화하면 개발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옛 것을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식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유명 관광지를 보면 다 옛것을 잘 보존하고 꾸며서 자원화한 경우가 많다. 오래될수록 사람의 관심을 더 끄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래된 것을 다 부수고 새로 짓는 사고로는 역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시간이 흐르면 오래되고 스러져간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생로병사를 거치는 사람처럼, 지역도 흥망성쇄를 거치는 법이다. 그래서 옛 것과 새 것은 공존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사는 것처럼, 신도심의 발전과 편리함이 필요한 법이고, 구도심의 역사와 문화가 필요한 법이다. 원도심은 원도심만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도심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원도심만의 특징과 역사, 문화를 잘 살려내는 것이 가장 좋은 활성화방안이다.



도시재생, 활성화의 모범처럼 소개되었던 부산감천마을을 갔던 적이 있다. 한국전쟁시 태극도신자마을로 조성된 100여가구의 산동네마을이다. 6,70년대의 건물들로 허름한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데,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이 벽화와 조각들로 옷을 입히자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탈바꿈되었다. 여기에 먹거리와 기념품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서자 탁트인 경관과 함께 관광지로 거듭났다. 벤치마킹이 그렇다는 듯, 곧이어 곳곳에서 ‘따라하기’가 진행되었다. 정체된 마을과 시장에는 모두 예술의 옷을 입히려는 시도가 진행되었지만 정작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왜일까? 지역의 특성과 문화, 역사를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사람이 몸담은 건물과 손때가 묻은 물건, 거닐던 도로와 생활공간인 지역이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는 역사가 되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이야기와 역사를 공유하는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형성되고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신도심에 없는 원도심만의 장점인 것이다.

익산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원도심은 일제의 수탈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옛날 철도관사나, 익옥수리조합이 남아있고, 6,25전쟁시 미군폭격의 현장이고 1977년 이리역열차폭발사고의 현장이었다. 이곳에는 삼신의원이 있던 건물처럼 오래된 건물도 많이 남아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옛 것을 살려 얼개를 짜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원도심은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와 역사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원도심만이 아니다. 익산 전체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익산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근현대사의 자취를 모아 익산시 역사박물관을 만들자.



익산을 이야기해 보라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자긍심을 가지고 말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익산은 보석과 백제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하지만 실상은 참혹한 수준이다. 70년대 귀금속단지로 특화되었던 보석산업은 쇠퇴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로 떠났다. 막대한 예산을 해마다 투자하며 보석박물관에 연구센터, 판매소까지 짓고 각종 지원책으로 기업들을 불러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석박물관의 관람수준은 부끄러울 지경이다.



백제역사자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유네스코세계역사문화자원으로 지정된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지를 보면 그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발굴과 보전, 자원화수준은 지리멸렬한 수준이다. 미륵사지의 넓은 터에 석탑은 복원공사중이고 박물관은 초라하다. 주변에 편의시설도 없고 변변한 그늘과 숲도 부족하다. 탐방이든 관광이든 사람들에게 줄 볼거리와 체험거리, 먹거리 등 많은 면에서 그렇다. 백제권역사문화축제가 부여와 공주, 이제 서울까지 협력하여 해마다 공동 주최되고 있지만 정작 궁궐터까지 있는 익산은 빠져있다.

말로만 보석이고 백제다. 이런 실정인데 누군들 자신있게 익산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익산은 백제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사와 일제 수탈시기의 근대사가 중첩되는 역사도시다. 백제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문화는 그것대로의 가치를 살려나가야 하겠으나 근대역사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심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역의 뿌리와 존재를 확인하는 데는 역사가 제격이다. 고대사보다는 근대사가 훨씬 사람들에게 다가오기 쉽고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를 설명하기에도 근대역사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다른 자치단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전주에는 전주역사박물관이 있다. 1999년 전주향토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2002년 준공해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전주문화사랑회가 위탁운영중에 있다.

군산은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다. 2004년 용역을 시작으로 2011년 개관하여 전국 5대공립박물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는 물론 지금도 수많은 탐방객들이 몰려오고 있는 곳이다.
전주는 박물관뿐 아니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자원을 통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군산은 박물관 주변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여 (구)군산세관, 나가세키18은행은 근대미술관으로 (구)조선은행지점은 근대건축관으로 꾸미는 등 다양한 역사자원을 볼거리로 제공하여 작년 한해 1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전주, 군산과 달리 익산은 역사자원의 활용에 있어 너무도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자원의 활용에는 발굴과 복원이 있고, 현재 요구에 맞는 활용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인 것은 안목과 지향이다. 더욱이 역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전주, 군산만 하더라도 박물관 하나에도 1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익산도 고장의 뿌리인 근대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대사중심의 역사자원과 함께 근대사중심의 익산역사를 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방치되고 버려진 소중한 역사자원을 찾아내고 복원하여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펼치고 얼개를 짜서 익산의 역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역사를 찾는 일은 시민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고,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내는 일이다. 이러한 사업의 성과중 하나로 익산시의 특징에 맞는 근대역사박물관이 나올 수 있다면 익산의 자랑이지 않겠는가.


글 :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2호에 실린글입니다.

Posted by 익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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