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축제의 사회학

 

 2000년 초반을 지나 우후죽순 늘어나던 열기가 수그러진 요즈음, 지역 축제는 자칫 애물단지나 계륵의 존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지자체장의 업적 쌓기로 이용했건, 내용과 완성도가 기대에 차지 않아 외면 받았건,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배가 산으로 갔건, 혹은 이 모두이거나 그 어딘가에 약간씩 걸쳐 있건, 십여 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문화의 세기’를 주도하던 지역 축제의 위용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우리가 지역 축제의 가능성을 문화 관광 차원에서만 본다면, 현재 미로와 같은 난맥상에 골머리를 싸맬 지자체가 하나둘 아닐 것이다.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소모성 예산을 마냥 투입할 수도 없거니와 투자 대비 효과도 미비하다면 굳이 모험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 냉정히 판단해 보면, 다수의 지역 축제가 축소나 폐지의 방향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경쟁력이 없다면 서서히 도태하는 게 숙명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지역 축제가 이끌어내는 사회 통합의 순기능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해마다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여러 관계를 조율하고 통하게 하는 좋은 기회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무용론’으로 싸잡아 무작정 지역 축제를 없애는 것만도 능사가 아니다. 설령 단체장의 치적용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이해가 얽힌 싸움터로, 기획자의 무능한 전시장으로, 겨우 근근이 지탱할지라도, 투명한 회계 처리와 균등한 참여 체계를 최소한도로 보장하고 있다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축제가 지역 사회의 화합과 다양한 단체들의 연결 고리 역할을 꾸준히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공연의 질, 행사의 내용, 방문객의 수치 등으로 축제를 판단하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웃거릴 만도 하다. 더구나 퇴출해야 마땅한 부실 지역 축제를 감싸는 논리로도 들릴 법하다. 그럼에도 축제의 문화 현상을 미학의 관점만이 아닌 사회학의 가치로 함께 통합해서 바라볼 때 지역 축제의 효용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축제는 공연 무대나 예술 전시회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어떤 분들에게는 연이은 함량 미달 정권의 실정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이 크게 위협 받는 상황에서 축제의 가치를 논하는 게 한가롭게 보일지 모르겠다. 허나, 축제가 지향하는 바가 민주주의 확장과도 밀접하다는 점을 분명 아셔야 한다. 일상의 전복, 새로운 것에 대한 지향, 억눌린 개인의 분출구이자 팍팍한 현실을 신명나는 순간으로 변화시키는 공간이 축제의 장소이다. 어쩌면 힘들고 지친 지금이야 말로 축제가 흥을 내야 할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문화와 사회] 문화를 예술 행위의 감상 혹은 향유로만 국한하지 말고 사회 속 맥락도 놓치지 말길 바라면서 향후 꾸준히 글을 써보겠습니다.

 


글 권오성 (문화평론가)

 

- 이 글은 참여와자치 74호 기고글에 실린글입니다.

Posted by 익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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