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동북아 정세의 현황과 전망:

한반도 전쟁의 평화적 예방을 위한 제언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학/평화학 교수)

 

1. 2017년 한반도 안팎의 긴장과 전쟁 위기

  20177-9월 한반도 안팎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긴장 또는 위기는 남북한과 주변 국가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서 빚어진다. 남한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거나 북한을 겨냥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 원쑤로 삼거나 미국에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며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의 미사일기지까지 탐지할 수 있는 싸드를 남한에 배치했다. 일본 역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며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은 미국의 접근을 반대하고 싸드 배치에 반발하며 이를 막기 위해 남한에 경제 보복을 가해왔다. 러시아도 중국에 동조한다. 이렇게 물고 물리는 관계엔 작게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과 크게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2010년대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은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핑계 삼아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정책 및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2. 미국과 북한의 끝나지 않은 전쟁: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과 북한의 대응

미국과 북한 사이에 19506월 시작된 한국전쟁/조국해방전쟁이 20179월까지 끝나지 않았다. 두 나라는 19537월 맺은 정전/휴전협정으로 전쟁을 멈추거나 쉬고 있을 뿐이다. 64년이 넘도록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을 맺지 못한 채 적대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한사코 거부해왔다. 주한미군 때문이다. 미국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주한미군을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해왔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본디 1953년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것이었지만, 1990년대부터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고, 군항을 제주에 건설하며, 싸드를 성주에 배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터에 미국이 북한과 불가침조약 또는 종전/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할 법적 명분이 사라지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구멍이 뚫리게 된다. 거꾸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려면 주한미군이 있어야 하고, 주한미군을 유지하려면 북한을 악마로 남겨두어야 하며, 북한을 악마로 유지하려면 전쟁을 끝내지 않고 정전/휴전협정을 고수해야 한다.

북한은 늦어도 1990년대 초부터 핵무력을 개발해왔다. 2006101차 핵시험에 성공한 뒤 201796차 핵시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아울러 1990년대 말부터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212월 인공위성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하고 20177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나아가 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때까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협상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다. 원자폭탄과 중거리 미사일만 가지고 협상할 때의 힘과 수소폭탄과 장거리 미사일까지 지니고 협상할 때의 힘이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폭격하거나 침략하기 어렵다. 미국이 7천 개 안팎의 핵무기를 배치해놓고 있지만, 북한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 그리고 괌과 미국 본토까지 단 한 개라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는 한,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겁쟁이 경기나 기싸움에서 이겼을지라도 미국이 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몇 가지 실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과의 군사적 위기 속에서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때문에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던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둘째, 국방예산을 증액시킬 명분을 얻었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말 폭탄을 주고받는 다음날 810미사일 방어 예산을 수십억 달러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선 대개 행정부가 매년 2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가 3-4월에 심의하고, 정부가 7월 수정안을 의회에 보내면 의회가 8-9월에 심의해, 10월부터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그런데 가장 큰 규모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키 리졸브3-4월에 실시하고, ‘을지 프리덤 가디언8월에 실시한다. 이에 맞서 북한이 핵시험을 하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 위기가 증폭되고, 이러한 북한의 도발은 의회에서 예산을 심의할 때 국방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셋째, 북한과의 군사적 위기가 조성되면 미국은 남한에 미사일방어망 등 첨단무기를 쉽게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8월 위기 중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사겠다고 말했고, 9월 위기 중엔 트럼프 대통령이 남한에 수십억 달러의 첨단무기를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넷째,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거나 제재하는 데 북한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3.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정책과 중국의 대응

미국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끝나자 급속도로 떠오르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국가로 간주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지위를 지키기 위해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며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이 일본과의 군사동맹 강화다. 1996미일 안보공동선언을 내놓고, 1997년엔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 범위를 확장하는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발표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의 재무장을 막고 있는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정상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면서,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도록 지원해왔다. 2013년엔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댜오위다오 (釣魚島)를 일본의 관할지역으로 인정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자동개입을 확인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했다. 2015년엔 자위대가 일본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다시 개정해 공표했다. 나아가 일본과의 군사동맹 강화를 넘어 미국+일본+한국의 삼각 군사공조 강화까지 추진하며 일본과 한국이 손잡도록 2015한일 위안부 협상을 강요하기도 했다.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30년 이상 연 평균 10% 안팎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12년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제1 무역대국이 되었으며, 2014년엔 구매력 (PPP) 국내총생산 (GDP)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국방비를 연 평균 10% 이상 늘리며 군사력도 크게 증강시켜왔다. 2009년엔 미국 항공모함을 추적하여 격침시킬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중거리 지대함 (地對艦) 탄도미사일을 개발했고, 2011년엔 미국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갈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 2014년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MD)을 뚫을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요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제재다. 에너지 부족을 비롯한 경제난을 겪어온 북한에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가해 북한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도록 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거부한다. 첫째, 중국은 이른바 북핵문제북한과 미국 사이의 모순이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나 전쟁 위협이 없었다면 북핵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힘쓰는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야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못마땅해도 자신의 안보를 위해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기 곤란하다. 만에 하나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경제제재로 북한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게 되면 중국으로 유입될 난민으로 중국도 혼란을 겪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붕괴되면 북중관계를 상징하는 순망치한 (脣亡齒寒)’이라는 말이 가리키듯 이를 지켜줄 입술이 없어지는 것처럼 중국의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핵문제북한과 미국 사이의 모순이기에 북미 양국의 동시 행동을 강조한다. 이른바 쌍중단 (双暂停)’쌍궤병행 (双軌竝行)’이다. 미국과 남한의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동시에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동시에 협상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거부한다.

 

4. 북미 간의 끝나지 않은 전쟁과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서 남한의 선택

20179월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및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공조는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것인데 어떻게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남한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주한미군에 의존해왔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남한 대외정책의 목표가 되어버린 듯한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적대정책을 지속하며 평화협정을 거부하는데 한미동맹에 매달리면 남북관계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 정책을 펴는데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한중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와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남한의 경제성장과 번영에 방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09년부터 한중교역량은 한미교역량의 두 배를 넘는 가운데 무역으로 먹고사는 남한이 중국으로부터 얻는 무역흑자는 전체 무역흑자의 90% 안팎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지금은 미국을 겨냥해도 상황에 따라 남한을 겨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한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들어가고 미국의 핵무기를 빌려 배치하거나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는 길이다. 남북 간의 끊임없는 군비경쟁으로 막대한 경비를 쏟아부으며 중국의 보복을 받을 것이다. 둘째, 북미 간의 적대관계를 끊도록 이끌고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길이다. 미국이 원치 않으면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해야 한다.

남한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미국에 대해서는 언젠가 헤어질 수 있는 동맹이라는 자주적 인식과 북한에 대해서는 앞으로 반드시 껴안아야 할 동포라는 민족적 시각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이와 아울러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에서는 국익을 위한 균형외교를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려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을 먼저 중단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해야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할 게 아니라,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이끌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201776일 독일에서의 연설을 통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북한이 20179월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을 시험하기 전이었지만, 남한 대통령의 평화협정 언급 자체가 획기적이다. 그러나 구체적 과정은 말하지 않고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완전한 비핵화가 북한만의 핵무기 완전 폐기를 뜻한다면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북한은 조선반도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 없이는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과정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제안한다.

1단계로, 미국은 남한과의 합동군사훈련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폭격 위협을 멈추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춘다. 북한이 제안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제안했다. 미국이 거부하는 게 문제다. 2단계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북한은 핵무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우선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는다.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주한미군이 철수될 것을 우려하는 미국과 주한미군 철수에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가질 남한 보수층을 배려하는 과도기 조치다. 3단계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북한은 핵무력을 폐기한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군사력을 비슷하게 감축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를 이루는 것이다.

 

* 이 글은 한림대학교 / 한림성심대학교 동아시아평화연구소 주최 <동북아시아 비핵·반전 평화포럼> (2017925-26, 한림대학교 국제회의실) 발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Posted by 익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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