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 권 치운 썰 푼다.

 

글 전민주 회원

 

난 잡동사니를 집안 가득 쌓아 놨다. 물건 틈을 헤치며 생활했다. 게을러서 더럽고, 지저분해도 못 본 척했다. 설거지는 일주일에 한번, 청소는 3달에 한번 했다. 미세 먼지 때문에 창문도 안 열었다.

50년 만에 내가 변했다.

한 달 동안 집안 청소를 했다. 이렇게 오래 한건 평생 처음이다. 딸도 놀랬다.

갑자기 내가 개과천선한 계기가 있다.

첫째, 불면증이다.

대학원 기말고사가 끝나면, 꿀잠 잘 줄 알았다.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했다. 내 잠자리는 책꽂이 옆이다.

전에 살던 집은 좁아, 책 대부분을 창고에 보관했다. 이년 전 이사할 때 큰 책꽂이를 두 개 샀다. 정돈된 책을 보며 흐뭇했다. 책이 제자리를 찾아 뿌듯했다.

30년간 모은 책은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였다. 20대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을 했다. 30~40대에는 새로운 진로를 찾았다, 은퇴 후 꿈이 담겨 있었다.

월급 200백만 원이 안 되는 내 벌이로 유지되는 가난한 살림에도 매달 책을 샀다. 책을 살 때 마다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책값이 부담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희망이 있는 미래를 만들어 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불편해졌다. 부담스러워졌다.

식품기술사, 식품영양학 박사, 환경기사 등 하고픈 게 많았다. 하지만, 이제 머리가 안 따라준다. 하루에 4시간이상 공부 할 체력도 안 되고, 형편도 어렵다. 내 욕심이 잠을 방해했다. 비워야 할 때임을 알았다.

천권을 치우고, 대학원 전공서적 30권만 남았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한다. 잡념이 사라져, 편히 잔다.

둘째는 돈이 필요했다.

월급이 적어 시작했던 알바를 그만뒀다. 대학생 딸이 방학해 집에 와, 생활비가 더 필요했다. 팔 것을 찾아보니 책이 보였다. 100여권 팔아 20만원 벌었다.

오래된 책은 누렇게 변색되고, 손상 되서 팔수 없었다. 700권을 버렸다. 아들 방에 있던 책들은 곰팡이가 심했다. 아들은 집에 오면, 비염이 심해졌다. 내 무지로 아들을 아프게 해서, 미안했다.

100여권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했다.

책을 정리하니, 책꽂이 한 개가 필요 없어 팔았다. 비우는 즐거움을 깨달았다.

사놓고 안 쓰는 물건들도 처분했다. 실내 자전거, 운동기구, 조리 기능사 실기 시험도구와 옷, 교자상, 전자렌지 수납장, 제빵기, 에어프라이, 매트, 자동차 커버, 돌 지압판, 체형교정밴드 등 팔았다.

난 검소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작은 집에 쓸데없는 살림이 넘쳤다. 사느라 쓴 돈이 아까웠다. 앞으로는 필요한 것만 산다. 버리는 일도 힘들다. 판매한 돈은 병원비로 다 썼다.

셋째는 무기력증이다.

저녁에는 공연, 강연, 모임으로 활기차게 보냈다. 집과 회사에서는 기운이 없다. 집에서는 누워 텔레비전만 보고, 회사에서는 멍하니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움직이기 싫었다.

집 공기가 답답해서 공기 청정기를 살까 고민했다. 청소가 답이었다. 안 입는 옷도 버리고, 계절별 5벌 이하만 남겼다. 정리 정돈 후 집 공기가 맑아졌다. 화분이 1주일을 못 넘기고 죽었는데, 지금은 잘 크고 있다.

집 청소를 끝낸 후 내가 근무하는 실험실을 바꿨다. 쓰레기를 치우고, 묵은 때를 벗겨 냈다.

회사에서 나는 달라졌다. 먼저 웃으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필요한 설비나 용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실험실은 씽크대와 방충망을 교체했다. 작업장은 팬을 설치하여 작업환경을 개선했다. 점심시간에는 외국인 직원들 한글을 가르친다.

요즘 책을 안사고,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를 공부 중이다. 삶에 여유와 여백이 생겼다. 대청소로 살은 안 빠졌어도, 마음은 가볍다. 편히 쉴 수 있는 집과 열심히 일하는 직장에서 즐겁다.

 

 

 

Posted by 사용자 익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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