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함께한 가을 : 소중한 선물

운영자
2024-10-25
조회수 222

bc01063c36287.jpg

c7a143f5da152.jpg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가을 : 소중한 선물


이재경 대리

전북특별자치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인별지원팀


 10월은 여름의 뜨거움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코스모스가 피고, 해바라기는 마지막 햇살을 머금은 채 서서히 고개를 떨군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어느새 가을 속으로 들어섰음을 느낀다. 길가에 활짝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매년 변함없이 피어나고 지는 코스모스처럼, 우리의 삶도 이렇게 계절처럼 순환하는 것일까?, 여름의 무더위에 지쳐갈 무렵 찾아오는 가을의 선선함처럼, 우리의 삶에도 때로는 쉼과 여유의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일까?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 속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연이 주는 안식 속에서 다시금 나아갈 힘을 얻을 때가 있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나를 돌아보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발달장애인들은 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졌다. 그들도 우리처럼 바람이 바뀌고, 나뭇잎이 떨어질 때 무언가 변화를 감지하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시선은 조금 더 단순하고, 좀 더 본질적인 것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오늘도 나는 발달장애인들을 지원하는 현장으로 출근했다. 매일이 비슷한 일상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 속에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와 배움이 숨어 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더 깊이 다가가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귀한 경험이 된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때론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다. 한 발달장애인 친구와 산책을 나갔던 날이었다. 그는 말을 잘 하지 않았고,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우리는 말없이도 서로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었다. 그는 종종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평범한 날씨의 하늘, 흘러가는 구름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순간의 하늘이 특별했던 모양이다.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깨달았다. 그가 느끼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내가 그동안 지나쳐온 것들이었다. 그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내가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그의 발걸음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삶의 속도를 늦추게 되었고, 그 덕분에 그가 바라보는 하늘의 특별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들의 행동이나 감정 표현은 때때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과 세상이 담겨 있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비로소 그들의 아름다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비록 그들이 세상을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더라도 그 속에 우리가 놓치기 쉬운 중요한 진실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느끼는 삶의 속도와 방식은 우리보다 느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더 깊은 진리와 삶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는 날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선물이다. 발달장애인들은 나에게 내가 가르치려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들의 삶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더 성숙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10월의 선선한 바람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가? 계절이 바뀌듯 우리의 삶도 때때로 변화를 맞이하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간다.

 이 가을, 나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사회에서 그들이 더 많은 사랑과 존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특별한 여정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그들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며, 나는 그들과 함께 계속 배우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발달장애인과 같은 하늘, 같은 시선, 같은 계절에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낸

14년 지기 사회복지사 이재경 올림.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5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익산참여연대


대표  장시근

사업자등록번호  403-82-60163

주소 54616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익산대로 307(모현동 1가)

이메일  ngoiksan@daum.net

대표전화  063-841-3025


ⓒ 2022 all rights reserved - 익산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