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이미 곁에 있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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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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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이미 곁에 있는 선물


고재호 마음에교회 목사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말은 아마 우리 일상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인사일 겁니다. 명절 아침 부모님께, 혹은 친구와의 짧은 메시지 속에도 늘 이 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막상 “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돈, 건강, 자식의 성공…. 누구나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답이 꼭 마음을 채워주는 건 아닌 듯합니다.


 성서가 말하는 ‘복’에는 흥미로운 두 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하나는 ‘베라카(berakah)’, 또 하나는 ‘에셰르(ashrê)’입니다. 단순히 같은 뜻을 가진 단어가 아니라, 복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빛깔을 보여줍니다. 먼저 ‘베라카’는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우는 아브라함 이야기에서 나오는 단어로 단순히 좋은 운이나 재물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성서 기자는 이 말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어떻게 번역하면 그 의미를 살릴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율로기아(eulogia)’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집니다. 유(eu)는 “좋다, 찬송하다”, 로기아(logia)는 “구체적인 언어, 여러 말씀”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율로기아는 단순히 받는 것만이 아닙니다. 말씀 속에서 내 마음이 반응하고, 감사하며 올려보내는 양방향의 언어입니다. 율로기아의 복은 흘러오고, 또 하나님께로 이웃에게로 흘러갑니다. 자연의 비가 땅을 적셔 곡식을 자라게 하듯, 삶을 살리는 힘과 풍요가 위로부터 흘러들고 감사로 올려보내는 것, 누군가가 건네는 축복의 말,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물질, 선물처럼 우리에게 떨어지는 기쁨,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한쪽에는 에셰르(ashrê)가 있습니다. 시편 1편은 이렇게 시작하지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고…” 생각하지 아니하고, 따라가지 아니하고, 머물지 아니하는 자의 복, 여기서 말하는 ‘복’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선택, 마음의 방향,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내적 충만함을 가리킵니다. 의로운 길을 걷고, 정직한 관계를 지켜갈 때 찾아오는 마음의 평안으로 내면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행복입니다. 그것이 산상수훈에 팔복이라 말하는 마카리오스(makarios)입니다.


 이 두 가지 복은 서로 대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성합니다. 외부에서 건네지는 선물이 나를 일으켜주고, 그것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면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그 선물을 열매 맺게 합니다. 복은 ‘받고 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살아내는 행복’입니다.


 당신의 삶에 필요한 것들이 넉넉히 채워지고 충만하게 흘러가기를(베라카), 그리고 당신이 올바른 길을 걸으며 행복하기를(에셰르)


우리는 흔히 복을 큰 집, 두둑한 통장 등, 남들의 부러움 속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 돌아보면, 복은 늘 곁에 있었습니다.

함께 웃어주는 가족, 조용히 들어주는 친구, 하루 끝에 들이마시는 깊은 숨 한 모금, 복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미 주어진 삶 속에서, 주어지고 감사하며, 바른길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 속에서 조용히 빛을 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할 때, 그 안에 담긴 숨결을 느껴보세요. 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복은 내 곁에 있습니다. 복은 주어지고 감사하며, 피어나고, 흘러가는 베라카, 바른 삶 안에서 열매 맺는 에셰르, 그 모든 순간에 머무는 복된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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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종종 아들이 운영하는 빨래방(아쿠아워시 익산점)에 들른다. 깨끗하게 세탁된 옷과 이불을 품에 안으면 마치 새것이 된 듯, 삶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빨래방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그곳에서는 새것과 헌것의 구분이 의미 없다. 오래된 옷도, 낡은 담요도 물과 바람을 지나 새로워진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세월의 얼룩이 묻어 있어도 감사의 물줄기와 사랑의 바람이 스치면 다시 보송보송하게 피어나는 순간이 있다.


 복(福)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우리 곁에, 일상의 따뜻한 순간 속에 숨어 있다. 깨끗이 말려 나온 옷처럼, 우리의 마음도 감사로 말려질 때 새로운 향기를 품는다. 오늘도 주어진 삶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복된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8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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