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깜짝소식(6) - 본연의 모습으로

운영자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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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모습으로

박바로가 회원


  11월까지만 해도 나무들이 알록달록한 잎새들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나무마다 잎새가 하나둘씩 조금 남아 그 아름다운 영광을 훈장처럼 매달고 있습니다. 노란 갈색의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아름다웠고 벚꽃 잎이 붉게 물들여져서 나무에 하늘거리는 것도 예뻐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무 수피만을 남겨놓은 채 나뭇잎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단풍, 미국풍나무의 잎도 떨어져서 예쁘장한 열매도 조금씩 같이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절에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매끈한 수피, 거친 수피, 밝은 수피, 어두운 수피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동안에는 관심 있게 볼 수 없던 것들입니다. 소나무의 거칠고 판상으로 된 수피를 보면서 거북선을 떠올릴 수도 있고, 향나무의 찢어진 수피를 보면서 오래된 넝마를 생각하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어디 나무가 제 살림만 하겠습니까? 여름내내 애벌레도 키우고 새도 같이 키워냅니다. 나뭇잎이 떨어진 지금 새 둥지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관목을 좋아하는 뱁새(붉은 머리 오목눈이)가 지은 작은 둥지부터 잔 나뭇가지로 만들어 놓은 반구의 직박구리 둥지와 약간 굵은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들어지은 멧비둘기 둥지까지 다양한 둥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질 새라 벌들도 관목 나무사이에 작은 집을 지어놓았다가 빈 둥지로 만들어놓고 떠난 흔적도 있습니다. 뭔가 맞지 않아서였는지 집을 떠난 것 같습니다. 공원에 벌들이 사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만약 벌집이 있다면 공원 환경이 좋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벌 자체로 봤을 때 살만한 공간이 되는 공원은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매우 건강하고 비옥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옷을 벗을 때만 오롯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흔적들은 12월 달부터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새들도 나무 사이사이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박새는 몸을 숨기려고 주목, 소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사이를 뽀로로 하고 바쁘게 나무 사이를 비집고 다닙니다. 참새는 박새보다는 낯을 덜 가립니다. 맨발로 걸어다니는 곳에서 새포아풀이나 강아지풀 씨앗을 훑어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수다를 떨면서 사람이 가까이 가도 모르고 재잘거리기 일 수입니다. 가끔 방울새가 나무 끝 높은 곳에서 울기도 합니다만 먹이를 먹으러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기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밀화부리도 단체로 노란색 큰 부리로 땅에 떨어진 홑씨들을 주워 먹으러 다니는데 툭툭툭 소리가 들릴정도로 크고 뭉뚝한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공원이 건강하게 잘 가꿔지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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