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고산고등학교를 다니며...

운영자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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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고산고등학교를 다니며...

윤선홍 고산고 3학년


 처음 시작에 앞서 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는 완주에 있는 고산고등학교이다. 고산고등학교는 공립형 대안학교이고, 이 학교가 무엇을 하는 학교냐 하면 입시교육을 지양하고,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자신의 진로, 가치관들을 확실하게 알아가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주는 곳이다. 

 

 이 고등학교를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부터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학교는 어쩌다 우연히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이 학교가 도대체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찾아보다 보니 삶의 다양한 점들을 배울 수 있겠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을 느낄 때쯤 나는 입학을 해 있었다. 처음 들어오고 나서는 정말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고등학교를 들어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여기에 있는 게 꿈인 것만 같아”라는 말을 매일 가슴 속에 가지며 살아갔던 것 같다. 그 말은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이곳에 와있는 것이 실제가 아닌 꿈속의 한 장면을 길게 그려놓은 듯했다. 시골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호작용을 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기쁨이라는 감정도 들었지만, 솔직히는 조금 두려웠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사람들의 성향도 조금씩 다를 것이고, 이것을 내가 견디고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많이 헤매기도 했다. 모든 게 적응이 안 되고,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중학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전혀 다른 게 맞다. 중학교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들을 해내야 하는 것이 많았다. 


 그렇기에 1학년 초반은 적응하기 힘들었고,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서 진짜 학교를 그만두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니 남는 시간에 검정고시 준비했었다. 이러한 고민을 어머니와 상의를 했고 어머니는 “아직 적응되지 않아서 그렇게 불안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면 어떨까” 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조금 더 학교에 다녀보고 결정하기로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저 말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것 같다. 만약 어머니가 ‘학교를 그만 다녀도 된다’라고 말씀하셨다면 현재의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 말을 듣고 난 후에 학교를 잘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학년은 아주 열심히 적응하는 것에 힘을 썼다. 그러다 보니 1년이 눈 깜짝할 사이 훅훅 지나갔다. 그동안 방황하고 헤매었던 생각은 하나같이 없어지고 오히려 학교에 계속 남아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게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 되고 나니 생각보다 새로워 보이는 게 많았다. 1학년 때는 적응만 하기에 바쁜 내가 2학년 때는 나만의 여유가 생겼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고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하나하나 보이던 게 기억이 난다.


 학기 초반에는 친구들하고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을 중점으로 두면서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더 깊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핑계라고 하면 핑계가 되지만 사실 1학년 때는 사람과 친분을 쌓는다는 것이 어떤 형태인지 잘 모르고 있었기에 친해지지 못했다. 그건 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대충 형태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서서히 스며들며 더욱 친밀해졌고, 2학년의 중반을 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동안 나는 스스로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생활에 대해 대만족을 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글 쓰는 활동이 정말 많이 요구하는 학교이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책도 많이 읽게 되고 글을 많이 쓰게 된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글쓰는 실력이 향상된다. 나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배움과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을 하고 있었다.


 내년이면 우리도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나아가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받은 교육은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방황을 덜 하게 만들어주고, 각자의 신념을 몇 배 이상 키워주는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를 성장을 하고 있었다. 성장을 안 한 것 같이 보여도, 그것을 우리가 느끼지 못 할지라도, 선생님 혹은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고, 그 안에서 개개인의 성장이 다 이루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아 갈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을 되돌아보았을 때 점점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것을 해내고 나니 그 이후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매년 느낌은 이상하게 다 다르다. 3학년이 되고 나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상태가 다시 두려움이 된 상태로 변했다. 반 아이들도 확실히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애들과의 관계가 심지어 더 돈독해졌다. 3학년은 가장 대학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성인이 된 후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기여서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 두려움의 상태로 다시 변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우리가 이겨 나가면서 성장을 하리라고 나는 다짐한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 넓어진 나를 마주하여 조금이나마 나은 어른으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6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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