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많이 우는 귀뚜라미! 그런데 왕귀뚜라미는 더운 여름자락 밤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씩씩하게 잘 울어서 맹꽁이 소리가 덮일 정도로 세차게 울지요. 그래서 가장 빨리 가을을 알리는 친구는 바로 이 왕귀뚜라미지요.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말매미 소리에 묻혀 풀밭에서 우는 이 친구덕분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집에서 식구가 기다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집안일이 있어서 발걸음이 무거울 만도 한데도 이 친구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 우렁찬 소리를 어떻게 낼까요? 땅강아지가 흙구멍이 트인데서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세차게 우는 것처럼 왕귀뚜라미는 돌틈을 스피커삼아 거세게 웁니다. 여기에 첨부된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처음엔 두 마리가 있는지 모르고 돌틈을 열어 확인하려다가 암컷 왕귀뚜라미를 잠시 잡아서 관찰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수컷이 아니라서 암컷인 친구는 울지 않았어요. 참고로, 박해철 박사님 말에 따르면 왕귀뚜라미는 오른쪽 날개를 왼쪽에 비벼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귀는 앞다리의 넓적다리부분에 있다고 해요.
이 귀로 암컷이 수컷이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가 눈치 없었던 저에게 잡혔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틀 후 다시 그 자리로 가니 수컷이 있었고 둘을 같이 있도록 놓아주었습니다. 저한테 잡혀서 놀라긴 했겠지만 그 잠깐 사이 귀뚜라미가 좋아하는 야채를 공급해줘서 다행히 잘 지내다가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왕귀뚜라미는 특정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EBS에서 캡쳐한 그림으로 확인하시면 울었다가 잠시 쉬었다가 울었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합니다. 우는 동안에는 음역대를 가능한한 높고 우렁차게 반복합니다. 이 작은 친구가 이렇게 정교한 기술로 운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평소 위안을 주는 작은 생명체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도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멋지게 찾아 누구보다도 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동식물들은 저희 인간보다도 훨씬 이전에 생겨나서 진화형태로 보자면 한참 선배이지요. 그래서 살아가는 방식이 미개해보이고 미미해보일지라도 자신의 선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힘들고 지친 밤에 위로를 잘 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파장이 맞닿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곤충의 노래의 힘이 저처럼 일 끝나고 지나가는 행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곤충에게서 얻는 위로가 참 행복한 가을밤입니다.
😀 참고사항 : 아래 EBS 방송에서 만든 메뚜기목 이야기, 왕귀뚜라미(0:07), 중베짱이(1:13), 긴꼬쌕쌔기(2:50), 왕매부리(3:12), 베짱이(4:13), 긴꼬리(5:35)도 들어보세요.
귀뚤귀뚤 귀뚜라미 영등공원 근처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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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많이 우는 귀뚜라미! 그런데 왕귀뚜라미는 더운 여름자락 밤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씩씩하게 잘 울어서 맹꽁이 소리가 덮일 정도로 세차게 울지요. 그래서 가장 빨리 가을을 알리는 친구는 바로 이 왕귀뚜라미지요.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말매미 소리에 묻혀 풀밭에서 우는 이 친구덕분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집에서 식구가 기다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집안일이 있어서 발걸음이 무거울 만도 한데도 이 친구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 우렁찬 소리를 어떻게 낼까요? 땅강아지가 흙구멍이 트인데서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세차게 우는 것처럼 왕귀뚜라미는 돌틈을 스피커삼아 거세게 웁니다. 여기에 첨부된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처음엔 두 마리가 있는지 모르고 돌틈을 열어 확인하려다가 암컷 왕귀뚜라미를 잠시 잡아서 관찰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수컷이 아니라서 암컷인 친구는 울지 않았어요. 참고로, 박해철 박사님 말에 따르면 왕귀뚜라미는 오른쪽 날개를 왼쪽에 비벼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귀는 앞다리의 넓적다리부분에 있다고 해요.
이 귀로 암컷이 수컷이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가 눈치 없었던 저에게 잡혔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틀 후 다시 그 자리로 가니 수컷이 있었고 둘을 같이 있도록 놓아주었습니다. 저한테 잡혀서 놀라긴 했겠지만 그 잠깐 사이 귀뚜라미가 좋아하는 야채를 공급해줘서 다행히 잘 지내다가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왕귀뚜라미는 특정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EBS에서 캡쳐한 그림으로 확인하시면 울었다가 잠시 쉬었다가 울었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합니다. 우는 동안에는 음역대를 가능한한 높고 우렁차게 반복합니다. 이 작은 친구가 이렇게 정교한 기술로 운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평소 위안을 주는 작은 생명체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도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멋지게 찾아 누구보다도 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동식물들은 저희 인간보다도 훨씬 이전에 생겨나서 진화형태로 보자면 한참 선배이지요. 그래서 살아가는 방식이 미개해보이고 미미해보일지라도 자신의 선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힘들고 지친 밤에 위로를 잘 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파장이 맞닿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곤충의 노래의 힘이 저처럼 일 끝나고 지나가는 행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곤충에게서 얻는 위로가 참 행복한 가을밤입니다.
😀 참고사항 : 아래 EBS 방송에서 만든 메뚜기목 이야기, 왕귀뚜라미(0:07), 중베짱이(1:13), 긴꼬쌕쌔기(2:50), 왕매부리(3:12), 베짱이(4:13), 긴꼬리(5:35)도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