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칠일
글 이영훈 지도위원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나이도 그렇고,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거 같은데......몸도 좀 둔하고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 것도 없고......”
“걱정 마세요. 우리가 뭐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어 합니다. 그냥 하다보면 다 넘어가게 되어있어요. 믿고 따라와 보세요.”
지인의 소개로 회장님과 총무님을 만나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당장 내일부터 하자면서 장비를 갖추러 가잔다. 대뜸 태우고 가는 차에서 못 다한 인사 겸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자, 자신이 하는 가게로 가서 운동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자고 한다. 어떻게 인사하자마자 장비부터?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거면 그래 해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거리 모퉁이에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가게는 다양한 유니폼과 라켓, 셔틀콕 등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상점이었다. 요넥스와 기타 브랜드들이 품목별로 진열되어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울긋불긋 가을 단풍을 연상시키듯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옷걸이에 잘 펼쳐진 몇 개의 유니폼을 집어와 골라보라고 내놓는다. 빨갛고 검고 노랗고 붉고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반팔 반바지의 유니폼을 보노라니 남의 시선을 유독 신경쓰는 내가 과연 입을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단색위주의 심플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취향에 맞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걸맞는 유니폼을 찾아 몸에 대보며, 그나마 괜찮겠다 싶은 유니폼을 선택했더니 다음에는 라켓이 있어야 한단다. 처음에는 보통 가벼운 가격대에서 시작하는 데, 금방 다음 가격대 라켓을 사면서 이중으로 비용이 드니 처음부터 괜찮은 라켓을 사보자고 권해서, 그러자고 추천해 달라고 하여 결국 유니폼, 라켓과 가방, 셔틀콕에 실내운동화까지 세트로 구매하게 되었다. 물론 합당한 거금?을 치루고 말이다.
입회비에 월 회비, 처음 몇 달은 코치한테 트레이닝을 배워야 한 대서 일종의 교습비까지 하니 상당한 목돈이 추가로 지출되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고, 굉장한 준비만큼 멋지게 해 보자고 화려한 유니폼을 입고 라켓과 운동화 셔틀콕을 담은 길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쑥스럽고 어색해보이기만 하다. 누가 본다고 그러는지 참나......
움츠러드는 기분으로 체육관에 들어서니 힘찬 기합소리에 탁. 탁. 탁. 탁. 스매싱하는 소리가 넓은 실내를 메우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열 두셋의 회원들이 연습과 시합을 하고 있는 베드민턴 클럽을 처음 방문한 것이다.
다들 자신들 일에 열중이라 관심도 없어 보이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이리저리 둘러보다 저만치서 쉬고 있는 무리를 찾아 인사하고 첫날 연습을 시작하였다.
처음 온 날이라고 인사는 나중에 찬찬히 하기로 하고 일단 맛이라도 보자면서 가벼운 랠리를 해 보자고 한다. (랠리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길게 주고받는 운동이다.)
초심자가 뭘 알겠는가. 랠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알았다고 하고 일대일 랠리가 시작되었다. 작게만 보였던 경기장이 어찌나 넓은지. 공을 쫒다가 스탭은 꼬이고, 팔이 무거워지면서 어깨가 욱씬거리기 시작한다. 길게 치는 랠리를 시작한지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지쳐서 쉬어야했다. 상대는 가볍게 툭툭 넘기는데 나는 온 몸을 써서 넘기고 있으니 전신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운 게 없으니 무슨 요령이 있겠는가. 힘으로 하려니 팔과 어깨, 허리와 허벅지가 아우성이다. 힘들다고 했더니, 기본자세 알려주면서 저기 큰 거울 앞에서 폼 연습하란다. 거울에 비친 어색한 폼의 내 모습을 보면서 한 30분 연습하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그날은 물론 다음날은 더 쑤시고 아퍼서 일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다.
며칠 쉬고서 약속된 코치트레이닝 날에 맞춰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기본 폼을 거울앞에서 익히고 있다가 차례가 되어 첫 연습이 시작되었다. 공을 던져주면 알려준 폼으로 라켓을 치는 훈련이었다.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것이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다. 한 이 삼십분 했던 것 같다. 뻐근한 몸을 느끼면서도, 하면서 나아지겠지 하며 다음 약속시간에 맞춰서 또 나갔다. 일주일에 두 번하는 트레이닝이지만 몸이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그렇게 일곱 차례쯤 나갔을까?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다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붙임성있게 성실하게 나가고 회원들과도 어울리고 해야는데 나가는 것도 불규칙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음을 접고 한 달 만에 그만두려니 들인 투자도 만만치 않고 말 꺼내기도 부끄럽고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뭐 어쩌겠는가. 연습도 힘들고 몸도 힘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클럽을 조기졸업? 했다.
뒷이야기지만 이때 구입한 유니폼은 홈트할 때와 달리기할 때 사용해서 재활용했고, 실내운동화는 가끔 실내 체육할 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잘 모셔져 있고. 셔틀콕은 아들 베드민턴 가르치면서 사용하고 라켓은 코치인 내가 쓰면서 폼을 좀 냈던 기억이다. 가방은 얼마 전 재활용품으로 시집보냈다.
작심칠일
글 이영훈 지도위원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나이도 그렇고,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거 같은데......몸도 좀 둔하고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 것도 없고......”
“걱정 마세요. 우리가 뭐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어 합니다. 그냥 하다보면 다 넘어가게 되어있어요. 믿고 따라와 보세요.”
지인의 소개로 회장님과 총무님을 만나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당장 내일부터 하자면서 장비를 갖추러 가잔다. 대뜸 태우고 가는 차에서 못 다한 인사 겸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자, 자신이 하는 가게로 가서 운동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자고 한다. 어떻게 인사하자마자 장비부터?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거면 그래 해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거리 모퉁이에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가게는 다양한 유니폼과 라켓, 셔틀콕 등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상점이었다. 요넥스와 기타 브랜드들이 품목별로 진열되어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울긋불긋 가을 단풍을 연상시키듯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옷걸이에 잘 펼쳐진 몇 개의 유니폼을 집어와 골라보라고 내놓는다. 빨갛고 검고 노랗고 붉고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반팔 반바지의 유니폼을 보노라니 남의 시선을 유독 신경쓰는 내가 과연 입을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단색위주의 심플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취향에 맞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걸맞는 유니폼을 찾아 몸에 대보며, 그나마 괜찮겠다 싶은 유니폼을 선택했더니 다음에는 라켓이 있어야 한단다. 처음에는 보통 가벼운 가격대에서 시작하는 데, 금방 다음 가격대 라켓을 사면서 이중으로 비용이 드니 처음부터 괜찮은 라켓을 사보자고 권해서, 그러자고 추천해 달라고 하여 결국 유니폼, 라켓과 가방, 셔틀콕에 실내운동화까지 세트로 구매하게 되었다. 물론 합당한 거금?을 치루고 말이다.
입회비에 월 회비, 처음 몇 달은 코치한테 트레이닝을 배워야 한 대서 일종의 교습비까지 하니 상당한 목돈이 추가로 지출되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고, 굉장한 준비만큼 멋지게 해 보자고 화려한 유니폼을 입고 라켓과 운동화 셔틀콕을 담은 길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쑥스럽고 어색해보이기만 하다. 누가 본다고 그러는지 참나......
움츠러드는 기분으로 체육관에 들어서니 힘찬 기합소리에 탁. 탁. 탁. 탁. 스매싱하는 소리가 넓은 실내를 메우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열 두셋의 회원들이 연습과 시합을 하고 있는 베드민턴 클럽을 처음 방문한 것이다.
다들 자신들 일에 열중이라 관심도 없어 보이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이리저리 둘러보다 저만치서 쉬고 있는 무리를 찾아 인사하고 첫날 연습을 시작하였다.
처음 온 날이라고 인사는 나중에 찬찬히 하기로 하고 일단 맛이라도 보자면서 가벼운 랠리를 해 보자고 한다. (랠리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길게 주고받는 운동이다.)
초심자가 뭘 알겠는가. 랠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알았다고 하고 일대일 랠리가 시작되었다. 작게만 보였던 경기장이 어찌나 넓은지. 공을 쫒다가 스탭은 꼬이고, 팔이 무거워지면서 어깨가 욱씬거리기 시작한다. 길게 치는 랠리를 시작한지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지쳐서 쉬어야했다. 상대는 가볍게 툭툭 넘기는데 나는 온 몸을 써서 넘기고 있으니 전신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운 게 없으니 무슨 요령이 있겠는가. 힘으로 하려니 팔과 어깨, 허리와 허벅지가 아우성이다. 힘들다고 했더니, 기본자세 알려주면서 저기 큰 거울 앞에서 폼 연습하란다. 거울에 비친 어색한 폼의 내 모습을 보면서 한 30분 연습하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그날은 물론 다음날은 더 쑤시고 아퍼서 일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다.
며칠 쉬고서 약속된 코치트레이닝 날에 맞춰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기본 폼을 거울앞에서 익히고 있다가 차례가 되어 첫 연습이 시작되었다. 공을 던져주면 알려준 폼으로 라켓을 치는 훈련이었다.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것이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다. 한 이 삼십분 했던 것 같다. 뻐근한 몸을 느끼면서도, 하면서 나아지겠지 하며 다음 약속시간에 맞춰서 또 나갔다. 일주일에 두 번하는 트레이닝이지만 몸이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그렇게 일곱 차례쯤 나갔을까?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다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붙임성있게 성실하게 나가고 회원들과도 어울리고 해야는데 나가는 것도 불규칙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음을 접고 한 달 만에 그만두려니 들인 투자도 만만치 않고 말 꺼내기도 부끄럽고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뭐 어쩌겠는가. 연습도 힘들고 몸도 힘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클럽을 조기졸업? 했다.
뒷이야기지만 이때 구입한 유니폼은 홈트할 때와 달리기할 때 사용해서 재활용했고, 실내운동화는 가끔 실내 체육할 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잘 모셔져 있고. 셔틀콕은 아들 베드민턴 가르치면서 사용하고 라켓은 코치인 내가 쓰면서 폼을 좀 냈던 기억이다. 가방은 얼마 전 재활용품으로 시집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