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운영자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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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글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원광치대 교수 이흥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은 어떤 손일까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기도하는 손이 가장 깨끗한 손이요, 가장 위대한 손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하여 마음을 담아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떠오르면 숙연해집니다. 뒤러의 그림에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 알브레히트 뒤러 <기도하는 손>, 1508 -   <출처> 네이버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도구를 만들고 조작하기가 더 수월해졌습니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의 탄생입니다. 저의 직업인 치과의사도 도구적 인간입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치과 치료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치과의사는 주로 손을 사용하여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대가로 살아갑니다. 인간의 노동에 손만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의 상당 부분이 손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저는 가장 아름다운 손은 감히 ‘노동하는 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뒤러의 그림만큼이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이 그림에는 총 5개의 손이 등장합니다. 뒤러의 손과 비교하면 투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제목과 연관시켜 본다면 감자를 캐던 손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이 예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손은 기도하는 손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감자를 먹고, 접시를 향해 내밀고, 다른 사람에게 감자를 건넵니다. 손입니다. 자신의 노동을 증명합니다. 자신의 노동의 결과를 맛보고 있습니다. 손에 쓰인 노동의 고단함은 애잔함으로 다가옵니다. 손으로 건네진 따뜻함은 당시의 가난한 농촌의 현실에서도 인간의 내면을 두드립니다.

 -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 <출처> 네이버


 손에는 지문이 있습니다. 지문은 미세한 물체를 잡기 위한 신의 배려로 말해지기도 합니다. 그 지문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지문이 각기 다르듯이 손에는 다양한 사연의 노동이 존재합니다. 가족을 평생 뒷바라지하면서 마를 날 없던 손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배어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로 지나가는 물체를 수천 번 반복하면서 날랐던 손에는 참았던 졸음이 뭉치듯 쌓여 있습니다. 수많은 모욕과 거친 음성이 울려대는 전화기를 잡은 손에는 눈물이 한 가득입니다. 참았던 서러움에 훔친 눈물이 그 손을 타고 흐릅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달 오토바이를 움켜쥐었던 손에는 목숨이 붙어 있습니다.


 그 손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시큰거리는 손을 부여잡는 또 다른 손은 나의 손입니다. 치과의사의 직업병 다섯 손가락 중 하나는 손목 질환입니다.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찢기고 터지고 부러집니다. 절단기에 하염없이 손가락이, 손목 전체가 잘려 나가기도 합니다.


 손이 존중받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손으로 하는 노동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져야 합니다. 구강건강의 기본은 칫솔질입니다. 칫솔질은 손으로 합니다. 손이 온전할 때 치아는 깨끗해지고 미소가 넘쳐납니다. 손은 나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먹고, 글을 쓰고, 거칠어진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어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도 손입니다. 건강권과 생존권을 외치는 것도 힘차게 부여잡은 내 손입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른손이 하던 일을 왼손이 대신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양손이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한 손에는 노동권을 또 한 손에는 건강권을 부여잡고 외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내라! 노동자가 서로의 손을 잡고 건강한 치아로 활짝 웃는 모습이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추신) 이 글을 쓰는 동안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두 손 모아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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