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은 우울증이 아닙니다

이재성 한의원장, 회원
55세 여자. ‘이화난’님. 이십 대에 남편을 만났다. 좋은 사람이었다. 둘째 아들이라 시부모님 부담도 없었다. 둘째인 만큼 자유롭고 다양한 취미가 있었다. 남편 이름은 ‘이기적’님.
결혼한 날부터 변했다. 남편은 변한 게 없다지만 전부 낯설었다. 맞벌이인데도 모든 집안 살림은 여자 혼자 다 해야 했다. 남편은 모든 저녁 모임을 나갔고, 심지어 주말에도 동호회 활동을 하기 위해 나갔다. 남자들 문화에서 왕따 당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도 육아 독박, 아이가 자라도 혼자 학원 케어, 아이들 20대 넘으니 공부 못해 취직 안 되는 것도 엄마 탓,
마지막으로 ‘이기적’님이 보여주신 건 시부모님 요양병원비였다. 맞벌이하는 집이라고 더 내겠다고 했다. 큰아들만 아들인 집에서 정말 너무했다. 친정어머니 아플 때는 공평한 부담을 강조하셨던 분이라 어이가 없었다.
‘이화난’님에게 병이 생겼다. 별일 아닌 거에 화가 터졌다. 억울하고 분했다. 가슴은 답답하고 응어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기도, 입이 마르고, 잠이 자주 깨고,
화병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당했는데도 참고 살면 나중에 이렇게 몸으로 반응이 온다. 힘들다고, 더 이상은 못참겠다고,
내 마음 알아차리기가 필요하다. 화를 참고 살아 병 되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참고 살아서 가족이 건사했다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남편도 몰라주지만 분명히 내가 해냈다는,
지금 수시로 올라오는 화를 내도 되는가? 방어기제다. 남편이 오늘 술집 카드 긁은 걸 화내는 게 아니다. 참고 참고 살아 온 세월, 힘든 것을 보상받으려고 무의식에서 내보내는 치료 반응이다. 당연히 화나게 놔둬야 한다. 그리고 화내고 있는 나를 위로한다.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화를 내는가, 애썼다. ‘이 화난’
우울증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슬프기만 하거나 2년 이상 재미가 없는 것으로 화병은 슬프기만 하지 않는다.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남편 보면 화가 확 올라오지만 아침에 밥 잘 먹는 아이들 보면 기분이 좋다.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화가 날수록 일을 더 열심히 한다. 오히려 약간의 불안이 있다. 허당 남편의 모자람을 내가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 그래서 더 열심히 산다.
우울증은 정신에너지가 닳아져 버린 상태, 그래서 정신에너지를 채워주는 게 치료다. 시간이 필요하고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병은 가해자가 개과천선하면 드라마틱하게 치료된다. 당장 남편이 앞치마 입으면 확 풀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라이팅인가? 가스라이팅은 정신 지배다. 맞게 생각하는 걸 틀렸다고 계속 얘기해서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 그러니까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은 자신이 당한 줄 모른다.
하지만 화병은 아니다. 남편이 가스라이팅 하려고는 했다. 하지만 ‘이 화난’님은 똑똑했다. 결혼하자마자 알았다. 시댁에만 가면 남편은 밥 드시고 눕고, 아내는 밥순이.. 아! 속 터져~~ 알지만 참은 거다.
화병은 정신에너지가 더 강한 사람들에게 온다. 한국에서 화병이 많다는 건 한국 사람들의 정신에너지가 빵빵하다는 거다. 그렇게 참을성 강해서 경제 성장 이룬 건데, 이제는 참았던 것들에 대해 보상받을 때가 됐다. 그래서 화병은 더 흔해졌다.
익산은 특히 그렇다. 경제 성장의 열매는 수도권에만 열리고 익산은 참기만 해야 하는 불합리. 우리 지금, 행복한 척 품격 있는 척하려고 해도, 우리가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분노가 목구멍쯤에서 준비들 하고 있다.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2호에 실린글입니다.
화병은 우울증이 아닙니다
이재성 한의원장, 회원
55세 여자. ‘이화난’님. 이십 대에 남편을 만났다. 좋은 사람이었다. 둘째 아들이라 시부모님 부담도 없었다. 둘째인 만큼 자유롭고 다양한 취미가 있었다. 남편 이름은 ‘이기적’님.
결혼한 날부터 변했다. 남편은 변한 게 없다지만 전부 낯설었다. 맞벌이인데도 모든 집안 살림은 여자 혼자 다 해야 했다. 남편은 모든 저녁 모임을 나갔고, 심지어 주말에도 동호회 활동을 하기 위해 나갔다. 남자들 문화에서 왕따 당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도 육아 독박, 아이가 자라도 혼자 학원 케어, 아이들 20대 넘으니 공부 못해 취직 안 되는 것도 엄마 탓,
마지막으로 ‘이기적’님이 보여주신 건 시부모님 요양병원비였다. 맞벌이하는 집이라고 더 내겠다고 했다. 큰아들만 아들인 집에서 정말 너무했다. 친정어머니 아플 때는 공평한 부담을 강조하셨던 분이라 어이가 없었다.
‘이화난’님에게 병이 생겼다. 별일 아닌 거에 화가 터졌다. 억울하고 분했다. 가슴은 답답하고 응어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기도, 입이 마르고, 잠이 자주 깨고,
화병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당했는데도 참고 살면 나중에 이렇게 몸으로 반응이 온다. 힘들다고, 더 이상은 못참겠다고,
내 마음 알아차리기가 필요하다. 화를 참고 살아 병 되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참고 살아서 가족이 건사했다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남편도 몰라주지만 분명히 내가 해냈다는,
지금 수시로 올라오는 화를 내도 되는가? 방어기제다. 남편이 오늘 술집 카드 긁은 걸 화내는 게 아니다. 참고 참고 살아 온 세월, 힘든 것을 보상받으려고 무의식에서 내보내는 치료 반응이다. 당연히 화나게 놔둬야 한다. 그리고 화내고 있는 나를 위로한다.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화를 내는가, 애썼다. ‘이 화난’
우울증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슬프기만 하거나 2년 이상 재미가 없는 것으로 화병은 슬프기만 하지 않는다.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남편 보면 화가 확 올라오지만 아침에 밥 잘 먹는 아이들 보면 기분이 좋다.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화가 날수록 일을 더 열심히 한다. 오히려 약간의 불안이 있다. 허당 남편의 모자람을 내가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 그래서 더 열심히 산다.
우울증은 정신에너지가 닳아져 버린 상태, 그래서 정신에너지를 채워주는 게 치료다. 시간이 필요하고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병은 가해자가 개과천선하면 드라마틱하게 치료된다. 당장 남편이 앞치마 입으면 확 풀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라이팅인가? 가스라이팅은 정신 지배다. 맞게 생각하는 걸 틀렸다고 계속 얘기해서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 그러니까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은 자신이 당한 줄 모른다.
하지만 화병은 아니다. 남편이 가스라이팅 하려고는 했다. 하지만 ‘이 화난’님은 똑똑했다. 결혼하자마자 알았다. 시댁에만 가면 남편은 밥 드시고 눕고, 아내는 밥순이.. 아! 속 터져~~ 알지만 참은 거다.
화병은 정신에너지가 더 강한 사람들에게 온다. 한국에서 화병이 많다는 건 한국 사람들의 정신에너지가 빵빵하다는 거다. 그렇게 참을성 강해서 경제 성장 이룬 건데, 이제는 참았던 것들에 대해 보상받을 때가 됐다. 그래서 화병은 더 흔해졌다.
익산은 특히 그렇다. 경제 성장의 열매는 수도권에만 열리고 익산은 참기만 해야 하는 불합리. 우리 지금, 행복한 척 품격 있는 척하려고 해도, 우리가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분노가 목구멍쯤에서 준비들 하고 있다.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2호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