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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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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


글 전민주 (회원)



지난 4월 17일 이사했다.

전 집주인이 전세를 줄이고 월세를 늘린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사했다. 단열이 안 돼서 춥지만 방이 넓고 집세가 싸서 이사 가기 싫었다.

계약이 5월 말까지라 4월 초부터 이사 집을 알아봤다. 월세 집은 많아도 전셋집은 드물었다. 일주일간 퇴근 후 집을 보러 다녔다. 전세금액외에 내가 추가로 제시한 기준은 조용하고 깨끗한 집이었다.


능력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덕분에 귀한 전세 매물을 영접했다. 살던 빌라보다 방은 좁지만 리모델링이 돼 있어서 깔끔했다. 전세는 금방 나가기 때문에 계약을 서둘렀다. 계약 의사를 집주인에게 말했더니 4월 내 이사하는 조건이었다. 부랴부랴 4월 말로 이사 날짜를 잡았다. 전세금 사기 때문에 전세금 보증보험을 신청하려고 했다. 5월부터 전세금 보증보험 규정이 바뀐다고 해서 이사 날짜를 4월 17일로 앞당겼다. 그런데 전세권 설정하면 전세금 보증보험을 가입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사하고 알았다.


이사 날 전세 잔금을 내고 전세권 설정을 해야 해서 이사 날을 평일로 잡았다. 회사에 휴가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사 일주일 전부터 많은 업자와 연락했다. 이삿짐센터, 입주 청소, 비데 이전, 인터넷과 텔레비전 방송 설치, 중문 설치, 방충망 교체, 식기 세척기 철수와 이전, 에어컨 설치, 인덕션 설치, 전기세와 도시가스 정산과 명의 변경, 전입신고, 거래처 주소 변경, 법무사 등 할 일이 많았다. 주 5일제 시대라 주말에는 서비스가 안 돼서 평일에만 가능하다. 회사에 이삿날 쉬는 것도 죄송한데 18일과 19일은 조퇴하고 일을 해치웠다.


많은 업자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동하였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옛집에서 무거운 짐을 능숙하게 빼고 새집에 빠르게 정리했다. 물건이 적어서 이사 요금 할인받고 이사는 3시간 만에 끝났다.

입주 청소가 32만 원 하길래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청소업체 직원들은 8년 살았던 전 거주자가 남긴 얼룩과 때를 말끔하게 청소했다. 방범창 창살까지도 정성스럽게 닦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열심히 청소한 덕에 리모델링으로 인한 화학물질과 냄새가 다소 감소했다.


물론 직업이 위생전문가인 내가 청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체력과 장비 부족으로 남에게 맡겼다. 집에서 누워 쉬다가 두 시간에 한 번씩 청소 점검하러 가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동을 남에게 돈 주고 맡긴 건 자본주의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살던 빌라는 내가 청소했다. 5년 동안 묵은 먼지를 닦는데 힘들지만 돈 절약되고 보람됐다.


이사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신경 쓸 게 많아 건강도 나빠졌다. 가장 힘든 건 이사 동안 잠을 못 잤다. 불면증이 4월 초부터 시작되어 어제까지 이어졌다. 이사 스트레스로 자정에 자고 새벽 3시에 깼다. 수면 부족으로 낮에 몽롱하고 어지러웠다.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이사 동안 어지럼증약으로 간신히 버텼다. 다행히 어젯밤부터는 푹 잤다. 이사하고 10일 만에 정상 수면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사 안하면 좋겠다. 이사는 힘들다. 에 휴~

이사하고 보니 길가 아파트라 시끄럽다. 집 보러 갔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허당이다. 다행히 방음이 잘 돼서 문을 닫으면 조용하다.


새집으로 이사해서 너무 좋다. 아파트는 빌라보다 편리한 점이 많다. 전세금을 빌려준 동생들과 이사 비용을 대준 내 애들, 많은 사람 도움으로 좋은 집에서 살게 됐다. 이제 꽃길만 걷자.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비싸고 무거운 집들이 선물 대환영이요.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1호 민주의 쑥쑥일기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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