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悠悠自適)을 꿈꾸며...

운영자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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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悠悠自適)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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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삼성농원 대표


 유유자적(悠悠自適)은 사전을 찾아보니,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삶이라고 말한다. 여유가 있어서 한가롭고 걱정이 없어서 속세에 속박되지 않는다. 자유로우며 편안하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내는 상태나 그러한 태도를 뜻한다. 유의어로 유연자적(悠然自適)도 있다.


 친한 친구와 주말이면 미륵산을 오른다. 친구는 진심으로 산에 들어가서 예쁜 흙담집을 짓고, 텃밭 농사짓고, 먹거리는 농사지어서 먹고, 저녁에는 TV 없이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같이 산을 오를 때면 스쳐 지나가는 전원주택을 보며, 내 귀가 아플 정도로 본인의 그리움과 소망을 자꾸 말한다. 이것이 나의 꿈이고, 몇 년 후에는 꼭 그렇게 한다고 한다. 


 20평만 농사져봐라, 풀이 얼마나 나는지, 너처럼 게으른 놈이 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해봐야 알지 하면서 거침없는 답변을 한다. 여름에 놀러 오면 참외도 따주고, 오이도 따 주고, 나는 다시 말한다. 고추는 농약 않치면 먹을 것이 없네. 생긴 것이 이쁜 고추는 농약으로 만들었다고 나는 주저 없이 말한다. 


 10여년 전 귀농하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했던 나는 해줄 말이 많아서인가보다. 그러나 우리 친구는 3∼4년 농사짓다 힘들다고 한 나를 오히려 탓한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미륵산을 오른다. 내려와서 순두부찌개 한 그릇과 막걸리 한잔을 마시면 구름 위에서 노니는 느낌이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유유자적한다.


 50줄이 넘은 지도 오래되었다. 새벽에 잠이 안 와 눈을 일찍 떴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가 왜 이리 시간이 빠르게 지나는지 벌써 저녁이네. 내일 모래면 나는 60을 맞이한다. 아직 철도 안 들었는데, 시간을 막을 수가 없네. 홍대 앞을 새벽 늦게까지 돌아다니면서 놀던 젊은 때가 이제는 그립다. 옛 생각이 나네. 오늘 나는 해가 저무니 소주 한잔을 바닥에 엎지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나를 유혹한다. 일찍 집에 들어간다.


 내 삶의 여유와 걱정을 떨쳐버리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했다. 그때 우연히 익산참여연대 소모임 길따라를 소개받았다. 걸어볼까? 혼자 생각하고 혼자 걸어보면 얼마 걷지 못할 것 같아서 작년 8월 둘째주에 처음으로 길따라에 참여했다. 첫걸음을 떼자마자 신입 대원인 나를 소개했다. 첫 만남에는 노래와 춤을 춰야 한다는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나는 망설이다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다. 그래도 옛날에는 막걸리 한잔에 사발 좀 두드린다고 했었는데, 세월의 향기속에 부끄럼만 늘어간다. 이날은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로 전날 낮술을 잘못하여 호되게 혼난 직후라 힘이 빠진 상태로 걷게 됐다. 왜 이리 체력이 도와주지 않는지, 함께한 대원들에게 미안했다. 나 때문에 돌아오는 일정도 바뀐 것 같아 몸 둘 바 모르는 첫 번째 도전이었다. 


 그 다음달에는 대청호 오백리길 구간을 따라갔다. 임도길을 따라 오르는 산행길이지만, 대청호의 아름다운 뷰는 보이지 않고, 높은 고개만 오르락 내리락 세네번을 하면서 마치는 일정이었다. 묵묵히 따라갔다. 세상의 고민을 다 짊어진 나의 어깨가 가벼워진다. 아무 생각도 나지않는다. 내가 뒤쳐져서 간다고 나를 탓하지도 않고, 왜 아무런 말이 없냐고 묻지도 않는다. 산이 그러는 거 같다. 평안해서 좋았다. 산행이 힘들다 보니 생각할 틈이 없어서 걱정도 없고,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풍성해서 하루가 행복했다.


 함께하는 대원들이 편안하고 좋았다. 사진을 참 많이 찍어주는 친구가 있다. 정작 본인은 아름다운 풍경에는 관심이 없고, 대원들을 계속 찍어주네요. 그리고 다음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려줬다. 함께한 대원들이 보면서 즐거워하는 밝은 모습을 상상하며 날을 샛다고 한다. 이 시대의 왕을 만난 것 같다.


 이 모임이 좋고, 마음의 아름다움과 건강을 만들어주는 길따라의 동행에 아끼는 동생을 데려왔다. 다른 동아리 수영반에서 함께하고 있다. 수영은 인어처럼 잘하지만 늘 발차기가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인어공주를 하체가 튼튼해진다고 꼬드겨서 함께 하기도 했다.


 구간 구간 깊은 산길을 걷을 때마다, 예쁘게 집을 짓고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유유자적하시는 분인가보다. 고요하고, 평안하게 삶을 즐기는 분들이구나. 한없이 걱정하지 않고 속세와 차단하고 싶어서 들어왔나보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정한 유유자적은 무얼까? 오늘도 고민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속에 항상 계란을 챙겨오시는 형님, 항상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대장님, 예쁜 미소로 마음의 선물을 주시는 여성 대원분들이 있어서 나는 하루짜리 유유자적을 매월 다녀온다. 이것이 진정한 하루짜리 유유자적이다. 그것 때문에 한 달이 기다려지고, 한 달 동안 힘이 난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6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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