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 전주공동체라디오”



허윤희 전주공동체라디오 편성제작팀
익산시민단체 소식지에 전주이야기라니.. 물론 익산 이야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전주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소출력라디오 방송국인 전주공동체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여기 와있는 이유부터 시작해보자.
2021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냈고, 익산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활동가 몇몇이 모여 허가신청을 준비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날을 세워가며 준비했으나, 준비과정에서 순간 잘못된 나의 판단 때문에 모두 수포가 되어 버렸고, 그 후 나는 전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사단법인 전주공동체라디오>로 출근하게 되었다. 익산의 유일한 시민방송국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리고 그렇게 전주로 RUN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공동체라디오라는 명칭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텐데, 출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출력라디오라고도 부른다. 공동체라디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방송사업자 허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전파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두 번의 허가과정이 있었다. 시범사업이었던 2004년과 그로부터 17년 후인 2021년이다. 현재 허가받아 운영되고 있는 공동체라디오는 04년 허가된 7개 방송사업자와 21년 7월 신규허가된 20개 방송사업자가 있다. 신규허가 사업자 중 3개사는 개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공동체라디오에 허가된 최대출력이 10와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전주는 전파환경이 좋아서 전주 전역을 거의 커버할 수 있지만, 아파트가 많은 타 지역의 공동체라디오는 송출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방송을 듣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밀착형 방송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 공동체라디오가, 갈수록 늘어나는 재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전파 여건에 따라 허가출력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사업은 설립 허가는 받았더라도, 특별한 수익구조가 없고 공적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고난 속에서 운영된다. 전주공동체라디오 또한,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무형의 것을 실물로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공간 마련의 문제, 작은 규모이지만 방송국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공사업체 선정, 전쟁으로 인한 달러 환율 상승 등 뜻밖의 일들이 진행을 가로막았다. 그나마 전주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마련된 공유공간 입주업체로 선정되어 공간 문제는 빨리 해결되었지만, 공간의 리모델링 기간 연장, 그사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방송국 시설과 장비를 전주시에서 보조해 준 거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공간은 그나마 저렴한 임대비로 사용할 수 있더라도, 운영비와 시설구축비는 모두 전주공동체라디오 법인에서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당장 눈앞의 일들을 풀어가며 지나온 기간은 이 어려운 걸 왜 하려고 하는가, 다시금 되새길 수밖에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2년여 기간을 거쳐 지난 24년 2월 14일, 공식적으로 전주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의 문을 열었다. 방송국을 운영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170명 정도의 후원회원이 운영을 돕고 있으며 월평균 100여 명의 시민 방송활동가들이 방송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 달에 송출되는 방송은 50여 프로그램이 되는데 주 1회, 격주 1회, 월 1회 방송이 비슷한 비율로 송출된다. 프로그램 주제는 지역 정보와 이슈, 기후환경, 이주민, 스포츠, 문화, 음악 등 다양하다. 그중 일부는 유튜브를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방송하기도 한다.
방송국을 처음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요즘 누가 라디오를 듣나”였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라디오는 너무 진부한 미디어라는 것이다. 모두가 미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는 해도 대중매체에서 온라인매체로 변경되었을 뿐, 전문가나 직업인들에 의해 미디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지 않나. 미디어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직업으로 삼지 않은 대다수는 여전히 콘텐츠의 소비자로,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로 할 수 있는 매체인 라디오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시민 누구나 낮은 문턱을 넘어, 직접 PD가 되고 DJ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크다. 많은 사람에게 소비되어 수익화하고자 만들어지는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 방송을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 공간이자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으로 기능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을 할 수도 있고, 지역의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며 다양한 사람과 의견들이 교차되는 공간, 열려있는 사랑방 같은 동네 미디어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가끔 익산에서 진행되었다면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랬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지금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 엎어진 게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한 분 한 분 시민들이 모여 시민방송국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주와 익산이 함께 잘 만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전주FM이라도 시민방송국으로서 자리를 잘 잡아나가길 바라며,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연대의 공간으로 성장해 나가길 희망한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6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 전주공동체라디오”
허윤희 전주공동체라디오 편성제작팀
익산시민단체 소식지에 전주이야기라니.. 물론 익산 이야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전주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소출력라디오 방송국인 전주공동체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여기 와있는 이유부터 시작해보자.
2021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냈고, 익산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활동가 몇몇이 모여 허가신청을 준비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날을 세워가며 준비했으나, 준비과정에서 순간 잘못된 나의 판단 때문에 모두 수포가 되어 버렸고, 그 후 나는 전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사단법인 전주공동체라디오>로 출근하게 되었다. 익산의 유일한 시민방송국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리고 그렇게 전주로 RUN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공동체라디오라는 명칭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텐데, 출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출력라디오라고도 부른다. 공동체라디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방송사업자 허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전파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두 번의 허가과정이 있었다. 시범사업이었던 2004년과 그로부터 17년 후인 2021년이다. 현재 허가받아 운영되고 있는 공동체라디오는 04년 허가된 7개 방송사업자와 21년 7월 신규허가된 20개 방송사업자가 있다. 신규허가 사업자 중 3개사는 개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공동체라디오에 허가된 최대출력이 10와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전주는 전파환경이 좋아서 전주 전역을 거의 커버할 수 있지만, 아파트가 많은 타 지역의 공동체라디오는 송출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방송을 듣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밀착형 방송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 공동체라디오가, 갈수록 늘어나는 재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전파 여건에 따라 허가출력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사업은 설립 허가는 받았더라도, 특별한 수익구조가 없고 공적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고난 속에서 운영된다. 전주공동체라디오 또한,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무형의 것을 실물로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공간 마련의 문제, 작은 규모이지만 방송국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공사업체 선정, 전쟁으로 인한 달러 환율 상승 등 뜻밖의 일들이 진행을 가로막았다. 그나마 전주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마련된 공유공간 입주업체로 선정되어 공간 문제는 빨리 해결되었지만, 공간의 리모델링 기간 연장, 그사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방송국 시설과 장비를 전주시에서 보조해 준 거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공간은 그나마 저렴한 임대비로 사용할 수 있더라도, 운영비와 시설구축비는 모두 전주공동체라디오 법인에서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당장 눈앞의 일들을 풀어가며 지나온 기간은 이 어려운 걸 왜 하려고 하는가, 다시금 되새길 수밖에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2년여 기간을 거쳐 지난 24년 2월 14일, 공식적으로 전주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의 문을 열었다. 방송국을 운영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170명 정도의 후원회원이 운영을 돕고 있으며 월평균 100여 명의 시민 방송활동가들이 방송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 달에 송출되는 방송은 50여 프로그램이 되는데 주 1회, 격주 1회, 월 1회 방송이 비슷한 비율로 송출된다. 프로그램 주제는 지역 정보와 이슈, 기후환경, 이주민, 스포츠, 문화, 음악 등 다양하다. 그중 일부는 유튜브를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방송하기도 한다.
방송국을 처음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요즘 누가 라디오를 듣나”였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라디오는 너무 진부한 미디어라는 것이다. 모두가 미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는 해도 대중매체에서 온라인매체로 변경되었을 뿐, 전문가나 직업인들에 의해 미디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지 않나. 미디어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직업으로 삼지 않은 대다수는 여전히 콘텐츠의 소비자로,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로 할 수 있는 매체인 라디오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시민 누구나 낮은 문턱을 넘어, 직접 PD가 되고 DJ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크다. 많은 사람에게 소비되어 수익화하고자 만들어지는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 방송을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 공간이자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으로 기능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을 할 수도 있고, 지역의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며 다양한 사람과 의견들이 교차되는 공간, 열려있는 사랑방 같은 동네 미디어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가끔 익산에서 진행되었다면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랬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지금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 엎어진 게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한 분 한 분 시민들이 모여 시민방송국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주와 익산이 함께 잘 만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전주FM이라도 시민방송국으로서 자리를 잘 잡아나가길 바라며,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연대의 공간으로 성장해 나가길 희망한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6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