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입은 사람만 갑갑하지...
이 석 근 회원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함열에 가곤 합니다. 아침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진료 끝나면 모시고 오고, 아이들이 편의점에 가자고 하면 저녁에라도 갔다오고, 농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사러 종종 함열에 왔다갔다 합니다.
집에서 함열로 가다보면 연화마을을 지나서 화정마을 가기 전까지 동서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낭산에서부터 용동, 용안까지 논들이 쭉 이어져있고, 듬성듬성 축사, 양계장 하우스도 간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용동쪽으로 산북천이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습니다.
금강물을 끌어다가 산북천에 담수하고, 끝에 있는 연동 수문을 닫아서 물을 가두어 놓은 다음에 넓은 들판에 물을 공급합니다. 논에 용수를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 이외에도, 비가 많이 온다고 호우주의보 경보가 발령되면 거기에 맞게 수문을 조절해서 산북천에 물을 빼는 배수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 하천입니다.
수문관리와 물을 채우고 빼고하는 일은 모두 농어촌공사에서 담당하는 일입니다. 산북천 용동구간 끝에는 신왕마을에서부터 대조마을, 용성마을로 이어지는 대조천과 만나는 교황6련 수문이 있는데, 그 수문을 통해서 대조천 물이 산북천으로 빠지게 되는데, 산북천 수위가 높으면 되레 산북천 물이 대조천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대조천물을 빼려면 산북천 연동 수문을 개방해서 산북천 수위를 많이 낮추어놓아야 합니다.
지난 5월 29일에는 초저녁부터 하우스 농가들의 개방 요구에 늦장 대응해서 대조천 물이 나갈곳이 없어서 그 주위의 하우스 농가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것도 5월말 수박 출하 직전에 발생해서 심리적으로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2017년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또 다시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 같아서 20여 피해농가가 익산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작물 보상과 피해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50여일동안 지사장실 점거 농성과 국민권익위에 청원도 넣고, 생전 처음으로 도청에서 기자회견도 해보았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지사를 압박해서 재발 방지 대책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어 문서로 명문화 시켜놓았습니다. 그런데 피해 농가들의 가장 큰 요구인 작물 보상은 공사의 책임이 없다고 본사까지 나서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7월에 더 큰 수해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요구는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싸움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신청했는데 그것도 신통하지는 않습니다. 30일 이내에 감사를 할지 말지를 통지해야 되는데 서류 보강 이유를 들어 감사 실시 여부를 무기한 유보한 상태입니다.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책위 위원장님 말대로 시의원이고,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농민편은 아무도 없다는 푸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난 7월 14일과 15일 폭우로 인해서 주위의 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우스 작물은 물론이고, 꼭대기까지 찬 물 때문에 작업장에 있는 농기계며 여러 농자재와 생활기구들이 전부 못쓰게 되었습니다. 들판에 벼들은 물에 잠겨 보이지도 않았구요. 양계장과 축사에도 물이 차올라 닭이며, 어린 송아지가 죽어나갔습니다. 축사 근처의 벼들은 노랗게 죽었습니다.
충청남도는 자체 예산을 들여 전액 피해를 보상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시름에 찬 농민들의 절규를 전북 어느 일간지 기자는 불순 정치 세력의 땡깡으로 폄하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익산시의 농정모토가 희망농정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희망이 아니고 절망 농정인 것 같습니다. 피해 농가들이 하루빨리 농사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2호 농업이야기에 실린글입니다.
피해입은 사람만 갑갑하지...
이 석 근 회원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함열에 가곤 합니다. 아침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진료 끝나면 모시고 오고, 아이들이 편의점에 가자고 하면 저녁에라도 갔다오고, 농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사러 종종 함열에 왔다갔다 합니다.
집에서 함열로 가다보면 연화마을을 지나서 화정마을 가기 전까지 동서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낭산에서부터 용동, 용안까지 논들이 쭉 이어져있고, 듬성듬성 축사, 양계장 하우스도 간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용동쪽으로 산북천이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습니다.
금강물을 끌어다가 산북천에 담수하고, 끝에 있는 연동 수문을 닫아서 물을 가두어 놓은 다음에 넓은 들판에 물을 공급합니다. 논에 용수를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 이외에도, 비가 많이 온다고 호우주의보 경보가 발령되면 거기에 맞게 수문을 조절해서 산북천에 물을 빼는 배수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 하천입니다.
수문관리와 물을 채우고 빼고하는 일은 모두 농어촌공사에서 담당하는 일입니다. 산북천 용동구간 끝에는 신왕마을에서부터 대조마을, 용성마을로 이어지는 대조천과 만나는 교황6련 수문이 있는데, 그 수문을 통해서 대조천 물이 산북천으로 빠지게 되는데, 산북천 수위가 높으면 되레 산북천 물이 대조천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대조천물을 빼려면 산북천 연동 수문을 개방해서 산북천 수위를 많이 낮추어놓아야 합니다.
지난 5월 29일에는 초저녁부터 하우스 농가들의 개방 요구에 늦장 대응해서 대조천 물이 나갈곳이 없어서 그 주위의 하우스 농가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것도 5월말 수박 출하 직전에 발생해서 심리적으로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2017년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또 다시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 같아서 20여 피해농가가 익산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작물 보상과 피해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50여일동안 지사장실 점거 농성과 국민권익위에 청원도 넣고, 생전 처음으로 도청에서 기자회견도 해보았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지사를 압박해서 재발 방지 대책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어 문서로 명문화 시켜놓았습니다. 그런데 피해 농가들의 가장 큰 요구인 작물 보상은 공사의 책임이 없다고 본사까지 나서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7월에 더 큰 수해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요구는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싸움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신청했는데 그것도 신통하지는 않습니다. 30일 이내에 감사를 할지 말지를 통지해야 되는데 서류 보강 이유를 들어 감사 실시 여부를 무기한 유보한 상태입니다.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책위 위원장님 말대로 시의원이고,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농민편은 아무도 없다는 푸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난 7월 14일과 15일 폭우로 인해서 주위의 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우스 작물은 물론이고, 꼭대기까지 찬 물 때문에 작업장에 있는 농기계며 여러 농자재와 생활기구들이 전부 못쓰게 되었습니다. 들판에 벼들은 물에 잠겨 보이지도 않았구요. 양계장과 축사에도 물이 차올라 닭이며, 어린 송아지가 죽어나갔습니다. 축사 근처의 벼들은 노랗게 죽었습니다.
충청남도는 자체 예산을 들여 전액 피해를 보상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시름에 찬 농민들의 절규를 전북 어느 일간지 기자는 불순 정치 세력의 땡깡으로 폄하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익산시의 농정모토가 희망농정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희망이 아니고 절망 농정인 것 같습니다. 피해 농가들이 하루빨리 농사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2호 농업이야기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