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기말고사

전 민 주 회원
취미로 그림과 연극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적인 공부가 하고 싶어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문화 교양학과에 입학했다. 방통대는 등록금이 저렴하고, 주로 인터넷 강의로 운영해서 직장인이 다니기 좋다. 나는 방통대 식품영양학 학사와 석사, 환경 보건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터라 다른 사이버대는 고려 안 하고 당연히 방통대를 선택했다.
10여 년 만에 학사 1학년으로 입학하니 코로나로 인해서 학사 운영이 많이 변했다. 중간시험이 없고 과제로 대체했다. 인터넷 강의는 듣기만 해도 20점을 준다. 출석 수업도 시간이 줄고원격 수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말시험은 종이가 아닌 탭으로 봤다. 탭으로 25문제를 25분 동안 풀어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당황했다. 다행히 시험은 2주에 나눠서 볼 수 있어 자신의 일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수학점이 줄어 수강 부담은 줄었다.
아쉬운 점은 학생 수가 감소했다. 예전에는 파벌싸움까지 할 정도로 동기가 많았는데, 학생 수가 1/4로 감소했다. 동기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1학년으로 입학했는데 동기가 너무 적었다. 입학할 때 동기가 9명이었는데, 1학기 중 2명이 중도 탈락해 7명이 됐다. 학생이 줄어든 만큼 정을 나눌 기회도 줄었다. 스터디와 회식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1학기에는 세계의 역사, 대중문화 이해, 문화와 교양, 고전 논어 읽기, 영화, 글쓰기, 원격 수업의 이해 7과목이다. 과목들이 문화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원격 수업의 이해는 시험이 없고, 강의를 보기만 하면 되는 교양과목이라 부담 없었다.
3월부터 매주 6과목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난 소리에 취약한 어지럼증 때문에 강의 볼륨을 끄고, 강의 화면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강의당 1시간 정도라 한주라도 강의가 밀리면 부담이 크다. 문제는 난 강의만 틀면 졸았다.
과제는 대학원 다닌 경험을 발휘해서 열심히 했다. 주제에 부합한 논문과 참고서적을 찾아 과제를 잘 작성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동기들에게 과제 자료를 찾아주며 도움을 줬다. 내 도움 덕분 인지 동기가 나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다.
걱정하던 6월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시험 기간에 내 그림 개인 전시회와 전국시민연극대회 참가 영상 촬영준비와 겹쳤다. 거기다 독서 동아리 3개나 활동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고 독서 모임에 가야 한다. 평소에도 분주한 일정이라 기말고사에 할애할 체력과 시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시험 범위가 거의 교과서 처음부터 끝까지였다. 학기 중 교과서를 멀리했던 내 게으름을 탓할 시간도 없었다. 5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한 과목씩 교과서와 기출문제를 정독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틈만 나면 책을 봤다. 새벽 4시에 깨서 출근 전까지 공부하고, 모임 후 자정까지 공부했다. 시험 전까지 자료를 3번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건강이 나빠져서 간신히 두 번 봤다.
매일 책을 100~200페이지를 보니 목디스크가 심해졌다. 목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목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지만, 시간이 없어서 물리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약으로 버텼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시험 준비로 인한 과로 때문에 불면증이 심해졌다. 잠 못 자서 눈이 아프고 목을 가누기 힘든데도 책을 꾸역꾸역 봤다. 기말시험 공부하다가 독서 동아리 책을 힘들게 읽는 날 보며 딸이 ‘남들은 독서 동아리 한 개 하기도 힘든데 3개나 하니 무리다’라고 잔소리했다.
시험 볼 때 익숙하지 않은 탭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아는 문제들이 많아서 시간이 남았다. 한 과목당 7분 안에 끝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덕에 문제를 빨리 읽고 이해했다. 예상 못 했던 문제는 쿨하게 찍었다.
7월 초 성적이 나왔다. 찍신이 강림한 덕에 우수한 성적으로 등록금 반절 감면해주는 장학생에 선발됐다. 장학금 17만 원 받고 병원비 60만 원 썼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기쁘다. 좋아하는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대학 공부, 연극, 그림, 독서, 친목 모임, 환경모임 등 다 해낼 수는 없다, 딸의 충고대로 가장 나중에 가입한 독서 동아리는 탈퇴했다.
결론은 스.불.재다. 스님 불교 재밌나요? 줄임말이 아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내가 만든 환란에 맞서 장렬히 싸워 하얗게 불태웠다. 2학기가 다가온다. 다시 원기와 영혼을 끌어모아야 한다.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2호 민주의 쑥쑥일기에 실린글입니다.
진격의 기말고사
전 민 주 회원
취미로 그림과 연극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적인 공부가 하고 싶어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문화 교양학과에 입학했다. 방통대는 등록금이 저렴하고, 주로 인터넷 강의로 운영해서 직장인이 다니기 좋다. 나는 방통대 식품영양학 학사와 석사, 환경 보건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터라 다른 사이버대는 고려 안 하고 당연히 방통대를 선택했다.
10여 년 만에 학사 1학년으로 입학하니 코로나로 인해서 학사 운영이 많이 변했다. 중간시험이 없고 과제로 대체했다. 인터넷 강의는 듣기만 해도 20점을 준다. 출석 수업도 시간이 줄고원격 수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말시험은 종이가 아닌 탭으로 봤다. 탭으로 25문제를 25분 동안 풀어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당황했다. 다행히 시험은 2주에 나눠서 볼 수 있어 자신의 일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수학점이 줄어 수강 부담은 줄었다.
아쉬운 점은 학생 수가 감소했다. 예전에는 파벌싸움까지 할 정도로 동기가 많았는데, 학생 수가 1/4로 감소했다. 동기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1학년으로 입학했는데 동기가 너무 적었다. 입학할 때 동기가 9명이었는데, 1학기 중 2명이 중도 탈락해 7명이 됐다. 학생이 줄어든 만큼 정을 나눌 기회도 줄었다. 스터디와 회식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1학기에는 세계의 역사, 대중문화 이해, 문화와 교양, 고전 논어 읽기, 영화, 글쓰기, 원격 수업의 이해 7과목이다. 과목들이 문화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원격 수업의 이해는 시험이 없고, 강의를 보기만 하면 되는 교양과목이라 부담 없었다.
3월부터 매주 6과목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난 소리에 취약한 어지럼증 때문에 강의 볼륨을 끄고, 강의 화면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강의당 1시간 정도라 한주라도 강의가 밀리면 부담이 크다. 문제는 난 강의만 틀면 졸았다.
과제는 대학원 다닌 경험을 발휘해서 열심히 했다. 주제에 부합한 논문과 참고서적을 찾아 과제를 잘 작성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동기들에게 과제 자료를 찾아주며 도움을 줬다. 내 도움 덕분 인지 동기가 나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다.
걱정하던 6월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시험 기간에 내 그림 개인 전시회와 전국시민연극대회 참가 영상 촬영준비와 겹쳤다. 거기다 독서 동아리 3개나 활동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고 독서 모임에 가야 한다. 평소에도 분주한 일정이라 기말고사에 할애할 체력과 시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시험 범위가 거의 교과서 처음부터 끝까지였다. 학기 중 교과서를 멀리했던 내 게으름을 탓할 시간도 없었다. 5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한 과목씩 교과서와 기출문제를 정독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틈만 나면 책을 봤다. 새벽 4시에 깨서 출근 전까지 공부하고, 모임 후 자정까지 공부했다. 시험 전까지 자료를 3번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건강이 나빠져서 간신히 두 번 봤다.
매일 책을 100~200페이지를 보니 목디스크가 심해졌다. 목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목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지만, 시간이 없어서 물리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약으로 버텼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시험 준비로 인한 과로 때문에 불면증이 심해졌다. 잠 못 자서 눈이 아프고 목을 가누기 힘든데도 책을 꾸역꾸역 봤다. 기말시험 공부하다가 독서 동아리 책을 힘들게 읽는 날 보며 딸이 ‘남들은 독서 동아리 한 개 하기도 힘든데 3개나 하니 무리다’라고 잔소리했다.
시험 볼 때 익숙하지 않은 탭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아는 문제들이 많아서 시간이 남았다. 한 과목당 7분 안에 끝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덕에 문제를 빨리 읽고 이해했다. 예상 못 했던 문제는 쿨하게 찍었다.
7월 초 성적이 나왔다. 찍신이 강림한 덕에 우수한 성적으로 등록금 반절 감면해주는 장학생에 선발됐다. 장학금 17만 원 받고 병원비 60만 원 썼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기쁘다. 좋아하는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대학 공부, 연극, 그림, 독서, 친목 모임, 환경모임 등 다 해낼 수는 없다, 딸의 충고대로 가장 나중에 가입한 독서 동아리는 탈퇴했다.
결론은 스.불.재다. 스님 불교 재밌나요? 줄임말이 아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내가 만든 환란에 맞서 장렬히 싸워 하얗게 불태웠다. 2학기가 다가온다. 다시 원기와 영혼을 끌어모아야 한다.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102호 민주의 쑥쑥일기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