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이 마주한 기로, 희망을 향한 선택은 가능한가
장시근 대표
추석 명절을 앞둔 익산의 도심은 형형색색의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굴을 알리려는 정치 신인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탓이다. 이들 중에는 단순한 인지도를 넘어, 더 큰 정치적 도약을 준비하는 인물도 있었다. 바로 정헌율 익산시장이다. 전북 전역에 걸린 그의 현수막은 도지사 출마 의지를 에둘러 보여준다.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익산 시민의 마음은 복잡하다. 남은 임기 동안 시정에 전념하기보다 ‘체급 올리기’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다. 익산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표자가 지역 밖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 과연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25일, 익산에서는 이례적으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시는 ‘만경강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내세우며 새만금 시대의 핵심 거점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시장은 “익산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광역 경제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수변도시 구상은 거대하다. ▲새만금~익산 직결도로 ▲만경강 뱃길 복원 ▲광역철도망 구축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함께,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새만금 신항까지 이어지는 산업·물류 축을 조성하겠다는 비전도 담았다. 얼핏 보면 익산의 체질을 바꿀 대형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현재 익산의 구도심은 저녁 8시만 넘어도 사람 구경이 쉽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시민들은 어렵게 분양받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이미 900세대를 넘겼다. 이 상황에서 4,000억 원 규모의 수변도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익산은 이미 전임 시장의 정책 철회로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치른 전례가 있다. 졸속 추진된 대형 정책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원도심 재건축과 주거 안정이 우선 해결되지 않는 한, 수변도시는 오히려 기존 도시의 공동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수변도시는 향후 7,000세대가 넘는 신규 주택 공급을 전제하고 있다. 2032년 분양을 목표로 한다지만,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다수를 차지한다. 주거 수요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공급 위주의 개발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 ‘미래로 떠넘긴 부담’이 될 위험이 크다.
도시는 단지 건물로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성장한다. 일자리, 교육, 문화, 그리고 시민이 머물 수 있는 이유가 먼저다. 지금 익산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수변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할 작은 변화들이다.
시정의 마지막은 성과를 향한 질주가 아니라, 시민을 향한 성찰이어야 한다. 차기 시장이 일관된 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은 멈춤이 아니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익산이 진정 희망을 꿈꾼다면, 무리한 확장보다 발밑의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익산의 내일은 개발 계획이 아니라, 시민 신뢰 위에서만 시작될 수 있다.
- 이 글은 10월 퇴근길 동반자 뉴스레터와 참여와자치 108호 소식지에도 실렸습니다.
익산이 마주한 기로, 희망을 향한 선택은 가능한가
장시근 대표
추석 명절을 앞둔 익산의 도심은 형형색색의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굴을 알리려는 정치 신인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탓이다. 이들 중에는 단순한 인지도를 넘어, 더 큰 정치적 도약을 준비하는 인물도 있었다. 바로 정헌율 익산시장이다. 전북 전역에 걸린 그의 현수막은 도지사 출마 의지를 에둘러 보여준다.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익산 시민의 마음은 복잡하다. 남은 임기 동안 시정에 전념하기보다 ‘체급 올리기’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다. 익산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표자가 지역 밖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 과연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25일, 익산에서는 이례적으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시는 ‘만경강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내세우며 새만금 시대의 핵심 거점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시장은 “익산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광역 경제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수변도시 구상은 거대하다. ▲새만금~익산 직결도로 ▲만경강 뱃길 복원 ▲광역철도망 구축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함께,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새만금 신항까지 이어지는 산업·물류 축을 조성하겠다는 비전도 담았다. 얼핏 보면 익산의 체질을 바꿀 대형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현재 익산의 구도심은 저녁 8시만 넘어도 사람 구경이 쉽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시민들은 어렵게 분양받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이미 900세대를 넘겼다. 이 상황에서 4,000억 원 규모의 수변도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익산은 이미 전임 시장의 정책 철회로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치른 전례가 있다. 졸속 추진된 대형 정책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원도심 재건축과 주거 안정이 우선 해결되지 않는 한, 수변도시는 오히려 기존 도시의 공동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수변도시는 향후 7,000세대가 넘는 신규 주택 공급을 전제하고 있다. 2032년 분양을 목표로 한다지만,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다수를 차지한다. 주거 수요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공급 위주의 개발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 ‘미래로 떠넘긴 부담’이 될 위험이 크다.
도시는 단지 건물로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성장한다. 일자리, 교육, 문화, 그리고 시민이 머물 수 있는 이유가 먼저다. 지금 익산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수변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할 작은 변화들이다.
시정의 마지막은 성과를 향한 질주가 아니라, 시민을 향한 성찰이어야 한다. 차기 시장이 일관된 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은 멈춤이 아니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익산이 진정 희망을 꿈꾼다면, 무리한 확장보다 발밑의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익산의 내일은 개발 계획이 아니라, 시민 신뢰 위에서만 시작될 수 있다.
- 이 글은 10월 퇴근길 동반자 뉴스레터와 참여와자치 108호 소식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