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사색] 2025년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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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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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지나며

장시근 대표


2025년은 그냥 “한 해가 갔다”고 말하고 넘기기엔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이 남은 해였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떠올리기보다

무엇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으려 했는지가 자꾸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이 해는 사실 2024년 12월 3일,

비상 계엄으로 시작된 내란의 연속 위에 놓여 있었다.

윤석열의 파면과 새 정부의 출범은 분명 큰 변화였지만, 그걸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남아 있는 질문들이 너무 많았다.

곪아 있는 걸 그대로 둔 채 새 살이 돋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도 책임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희망을 먼저 말하는 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내란이 벌어진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1심 재판은 보이지 않았고, 재판은 점점 가볍게 소비되는 느낌이었고, 사법부가 과연 이 문제를 끝까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솔직히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거리로 나갔다.

국회 앞에 있었고,

광화문에도 있었고,

전주 객사 앞과 익산 영등동의 차갑고 긴 밤에도 서 있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기 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서 내 눈을 스스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겨울의 거리는 분노만으로 채워진 공간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묵묵한 책임감이 있었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마음들이 있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대한민국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잘한 일에는 상이 돌아가며,

열심히 일하면 그 만큼의 보상을 받고,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그리고 내가 바꾸고 싶었던 것은

그 상식이 무너져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는 현실이었다.


이제 2026년을 앞두고 내 바람은 더 작아졌다.

나라 걱정, 정치 걱정 때문에 마음이 먼저 닳아버리지 않아도 되는 일상.

평범한 소시민으로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삶.


2025년은 그 평범한 바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해준 한 해였다.

그래서 나는 이 해를 서둘러 정리하지 않으려 한다.


쉽게 분노로 소비하지도 않고,

무심한 체념으로 덮어두지도 않은 채,

조금 아프더라도 기억하고,

천천히 생각하며,

다음 선택을 더 나답게 하기 위해

조용히, 오래 마음에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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