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자연환경실천포럼 1차 연구모임 결과]
주제 : 생물다양성협약과 연구용역 결과 검토
강사 : 신재은(풀씨행동연구소 소장)
연구원 참여(10명) : 김종만(전북자연환경연수원), 정선숙(시민행동21), 문지현(전북환경운동연합), 원 경(희망연대), 강소영(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은 숙(무주자연환경연수원), 이상민 김란희 황인철 박영오(익산참여연대) 박 한(풀씨행동연구소)
Ⅰ. 왕궁자연환경복원사업 연구용역 검토 발제
1) “생태공원”이냐 “생태 전환”이냐
발제자는 왕궁 사업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질문으로, 이 공간을 단지 ‘생태적인 공원’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토지 이용과 공간 구조,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생태 전환’으로 갈 것인지를 제기했다. 현재 계획은 국립센터, 탐방로, 기념관, 빌리지, 스마트팜 등 다양한 사업을 한꺼번에 얹어 놓으면서, 결과적으로는 “생태공원 + 개발”의 혼합 형태에 가까운 구조를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태공원화는 시민에게 좋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복원 목표는 상대적으로 낮고, 시설·프로그램·인건비 등 장기 운영비 부담이 커지는 방향이다. 반대로 생태 전환을 선택하면, 눈에 띄는 관광·개발 효과는 줄어들 수 있지만, 토양·수질·서식지·생태축을 되살리고, 장기적으로 관리비가 적게 드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발제자는 왕궁이 국가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 공원 조성이 아니라 훼손지 복원의 모델을 보여주는 ‘생태 전환 프로젝트’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 왕궁의 국가 ‘복원 시범사업’ 위상과 GBF(훼손지 30% 복원)
발제자는 왕궁이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훼손지 30% 복원” 목표를 시험하는 국가 시범사업 가운데,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어디가 훼손지인지 체계적으로 파악되어 있지 않고, 복원 기술·제도·재원 구조도 취약하여, GBF 목표를 국가 전략 수치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는 진단이 제시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왕궁은 “훼손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과 지표로 복원을 설계·평가할 것인지, 어떤 재원·제도 메커니즘으로 뒷받침할 것인지”를 시험하는 실험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발제자는 환경부·연구기관·지자체·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왕궁이 국내 자연복원 정책과 제도의 기준점을 제공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3) 복원 개념·목표·지표에 대한 취약성과 과제
발제자는 한국 사회에서 “복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짚었다. 어떤 주체는 나무를 많이 심어 녹지를 늘리는 것을 복원이라고 이해하고, 다른 주체는 핵심종·서식지·생태축이 회복되어야 복원으로 본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농지·마을·숲이 새로운 균형 상태로 공존하는 것도 복원일 수 있다. 왕궁 계획 역시 목표 상태와 정량적 지표(종수, 서식지 면적, 수질·토양 수준 등)가 충분히 명시되지 않은 채, 생태공원 조성에 가까운 방향으로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자는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어떤 상태가 됐을 때 왕궁 복원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본 그림과 지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기준과 지표 설계에는 환경부·연구기관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4) 계획안(환경부·KEI vs 전북연구원)의 관점 차이와 시나리오
발제자는 환경부·KEI와 전북연구원이 각각 작성한 계획안을 비교하면서, 공간 구획과 사업 기간은 거의 같지만 “무엇에 방점을 두는지”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KEI 계획은 생태복원, 생태축 연결, 서식지 조성 등 생태기술적 내용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환경부의 복원 목표를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전북연구원 계획은 익산시의 요구를 반영해 생태경제, 관광, 일자리, 빌리지, 스마트팜 등 경제·지역발전 요소를 보다 강조하는 서술을 택하고 있다. 두 계획의 결과물이 큰 틀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원 중심 시나리오”와 “경제·관광 중심 시나리오”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하였다. 발제자는 지역이 이 두 관점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 또는 시민사회가 제3의 균형안을 제시할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5) 단계별 재원 구조(1·2·3단계)와 책임 분담
왕궁 사업은 1단계(27~30년), 2단계(31~33년), 3단계(34년 이후)로 나뉘며, 단계별로 주체와 재원 구조가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 발제에서 강조되었다. 1단계에서는 예타 대응, 기본계획 수립, 토지 매입, 초기 복원 등이 진행되며, 복원 사업비는 주로 환경부 국비, 토지 매입비는 익산시·전북도 재원이다. 2단계에서는 복원 확대와 함께 국립 자연환경 복원센터, 자연회복 기념관, 생태탐방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 “복원 + 기관·서비스” 사업이 추진되고,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된다. 3단계는 생태 빌리지, 스마트팜, 동선 체계 개선 등 예타 범위 밖의 사업으로, 도·시·민간·타부처 재원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다. 발제자는 1·2단계는 환경부가 비교적 명확하게 역할과 재원 부담을 약속하고 있는 반면, 3단계는 “알아서 할 일”로 밀려 있는 성격이 강하며, 지방 재정과 민간 투자 리스크가 집중되는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6) 국립 복원센터·복원추진단·운영비 문제
발제에서는 국립 자연환경 복원센터 설립과 복원추진단 운영에 대한 평가와 우려도 제기되었다. 국립센터는 왕궁을 국가 복원 정책의 거점으로 만들 수 있는 상징적·제도적 자원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관 설립에 따른 행안부·기재부 심사 부담과 장기 운영비 문제가 뒤따른다. 복원추진단(약 40명 규모로 상정)의 경우, 복원·시설 운영·연구·민간협력 등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 될 수 있지만, 인건비와 운영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3년 이후 환경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이 조직과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발제자는 광명동굴 사례처럼 “화려한 시설과 큰 조직이 남았지만,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되는 구조”가 왕궁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운영 모델·수익 구조·재원 조합을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 에덴 프로젝트·생태 빌리지·스마트팜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발제자는 에덴 프로젝트, 생태 빌리지(1,000세대), 스마트팜 등이 계획에 포함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들 사업의 타당성과 복원 목표와의 정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에덴 프로젝트는 관광·교육 기능을 결합한 대형 시설 모델이지만, 국비 지원이 불확실하고 왕궁 복원 사업의 예타 범위에서 사실상 빠져 있는 상태다. 생태 빌리지는 복원지 한복판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한센인 2·3세의 주거 개선과 일반분양을 동시에 노리지만, 복원 취지와 공간 구조 측면에서 적절한지, 분양·입주 수요가 현실적인지 의문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마트팜 역시 국립센터 인근에 첨단 농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와 경제효과를 기대하지만, 굳이 왕궁 복원지 안에 넣어야 하는지, 기대효과가 과장되어 있지 않은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발제자는 “복원 목표에 비해 개발·관광 요소가 과다하게 우겨 넣어진 구조”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8) 재생에너지·산업단지 연계 가능성과 누락된 논의
왕궁 일대는 훼손지이면서 배후에 국가산단·일반산단이 위치한 지역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인근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그 수익으로 복원지·공원을 운영하는 모델을 시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발제자는 이러한 “재생에너지–산단 연계” 구조가 복원지의 재정 자립과 장기 운영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재 계획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문구는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입지, 용량, 수익 배분 구조, 주민·기업 참여 방식 등은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복원지 안에 어느 정도 허용할지, 그 수익을 공원 운영비로 어떻게 귀속시킬지, 주민·기업과 어떤 파트너십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향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9) ESG·민간 재원과 복원 금융 모델
발제자는 최근 국제적 흐름에서 기업들이 기후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복원에 대한 기여를 ESG·재무 리스크 관리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원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ESG 성과로 인정받고자 하는 기업이 많지만, 실제로 “복원에 투자할 만한 현장”과 이를 코디네이션할 지역 주체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왕궁은 국가 시범사업이자 규모·상징성이 큰 현장으로, 민간 ESG 자금이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은 국비 투입 구조는 비교적 상세한 반면, 기업·민간 재원이 복원에 구조적으로 참여하는 설계(참여 원칙, 성과 인증, 수익 배분, 지역 환원 구조 등)는 부족하다. 발제자는 왕궁이 “공공재정 중심 복원 모델”을 넘어, 민간 자본과의 협업을 통해 장기적·확장 가능한 복원 금융 메커니즘을 실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10) 주민·시민 참여, 시민단체 역할, 장기 운영 시나리오
발제자는 왕궁 복원사업이 단지 행정과 전문가의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주민·시민이 조사·모니터링·교육·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때만 지속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익산·전북에는 이미 시민과학자 양성, 하천·습지 모니터링, 민관 거버넌스 경험이 존재하며, 이를 왕궁에 적극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한센인 정착지라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당사자와 후손,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설계도 중요하다. 또한 발제자는 “20년 후 이 공간을 누가 운영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2033년 이후 환경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국립센터 외 나머지 공간과 프로그램을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장기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시에만 맡겨두면 “문 닫힌 센터, 방치된 시설”이 될 위험이 크며, 시민단체·주민·협동조합·재단 등이 장기 운영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Ⅱ.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의제와 논점
1) 환경 축과 지역 축, 두 축에서의 기준 설정
사회자와 여러 참가자들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볼 때, “환경(생태·복원)”과 “지역(경제·주민 삶·지역발전)” 두 축에서 동시에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환경부는 GBF 목표와 복원 성과를, 익산시는 일자리·관광·지역경제를, 주민들은 악취·오염 해결과 생활여건 개선을 우선시하는 등 관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토론에서는 왕궁 사업에 대해 “환경만 보자” 혹은 “지역만 보자”는 단일 프레임이 아니라, 두 축 간의 균형·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라는 점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이는 예산 배분과도 직결되어, 국비는 주로 복원에, 도비·시비는 관광·개발에 투입되는 경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토론 주제로 제기되었다.
2) “복원”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와 합의 필요성
여러 참가자들은 환경단체, 도, 도의원, 행정, 지역주민 등 각 주체가 생각하는 “복원”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주체는 악취·오염 해결과 녹지 확충을 복원의 핵심으로 보고, 또 다른 주체는 생물다양성·핵심종·생태축 회복을 중시하며, 또 어떤 주체는 한센인 정착지의 역사 복원과 주민 삶의 회복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이해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같은 “복원”이라는 말을 쓰다 보니, 계획과 토론에서 서로 다른 기대와 목표가 뒤섞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과 향후 연구·논의를 통해 “왕궁 복원에서 말하는 복원의 개념과 목표 상태, 지표”를 명확히 합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3) 익산 지역 의제이자 국가 시범사업으로서의 공간적 스케일
토론에서는 왕궁 사업이 “익산의 지역 의제”이면서 동시에 “국가 시범사업”이라는 이중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익산 입장에서는 왕궁 악취·오염 문제 해결, 한센인 정착지의 삶과 기억, 지역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문제 등이 구체적인 관심사인 반면, 환경부 입장에서는 GBF 목표 이행과 국가 수준의 복원 모델 구축이 중심 과제다. 참가자들은 이 사업을 익산 내부 의제로만 볼 것인지, 전북·국가 차원의 시범모델로 설계할 것인지, 어떤 스케일에서 전략과 거버넌스를 짤 것인지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익산의 환경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전국 차원의 연대와 지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4) 거버넌스 구조 설계: 익산·전북·국가, 시민사회 네트워크
토론자들은 왕궁 복원사업이 익산시·전북도·환경부 등 행정 주체와, 다양한 시민단체·주민·전문가·기업이 함께 얽힌 복잡한 거버넌스 사안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익산 지역에는 환경 관련 경험·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북·전국 단위의 시민단체·전문가와 연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또한 “왕궁 복원 시민네트워크”와 같은 형태로, 익산참여연대, 환경연합,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연환경연수원, 시민행동, 희망연대 등 여러 단체가 역할을 나누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 네트워크는 연구·정책·예산 감시, 현장 모니터링, 주민조직화, 교육·캠페인 등 기능을 분담하며, 행정과의 협상·거버넌스에서 “시민사회 한 목소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5) 주민·시민 참여 방식 – 시민과학자, 참여계획, 교육
참가자들은 왕궁 복원사업이 주민·시민과의 참여 구조 설계 없이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유했다. 이미 익산에서는 시민과학자 양성, 하천·습지 모니터링,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 등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이를 왕궁 복원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한센인 정착지의 역사와 2·3세대 후손, 인근 마을 주민들이 복원·기념·기억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토론에서는 “시민과학자 양성과 모니터링을 왕궁 복원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포함시키고, 주민·시민이 조사·평가·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6) 생태관광·지역경제와 복원 간의 관계
일부 토론자는 환경부가 추진해온 국가 생태관광지 사업 경험을 언급하며, 복원과 지속가능 이용, 주민 경제 참여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전북은 이미 여러 생태관광지 사업을 진행해 왔고, 생태공원·생태관광 모델이 “보전 + 이용 + 주민 경제”를 함께 추구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다만 다른 참가자들은 관광·개발이 과도하게 앞선 사례에서 환경·경제 모두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며, 왕궁에서는 복원을 우선하고 관광·개발은 그 위에 보조적으로 얹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산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상황에서, 이 사업이 실제로 지역 인구·경제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제기도 있었다.
7) 토지 매입, 듬성듬성한 국가·지방 소유지 구조
토론에서는 왕궁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과 한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왕궁이 시범사업의 조건을 완벽히 갖춘 곳이라기보다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국·공유지와 매입토지가 있고, 한센인 정착지라는 역사적 상징성, 축산·악취 문제 해결 경험 등이 결합되어 “그래도 명분과 면적이 있는 후보지”로 선택된 측면이 크다고 보았다. 동시에 토지가 한 덩어리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국가 매입지와 시·도의 매입지, 민간 소유지가 듬성듬성 섞여 있어, 산림·생태축을 연결하려면 추가로 사야 할 땅이 많다는 현실도 지적되었다. 특히 산림축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일부 농지·사유지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추가 매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재정 부담과 직결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8) 에덴 프로젝트와의 관계, 도·시 재정 부담
토론에서는 왕궁 복원과 별도로 추진되어 온 에덴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익산시는 왕궁 복원 사업과 연계해 에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고, 시장이 영국 현장을 방문하고 수십억 규모 용역을 진행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역 사회에서 에덴 프로젝트는 “왕궁에 붙여서 생태+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로 인식되지만, 전북도가 예산 부담에 소극적이고, 실제 토지 매입과 조성비 상당 부분을 익산시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왕궁 복원사업 예타 범위에서 사실상 빠져 있는 에덴 프로젝트를, 왕궁과 별개로 독자 평가·검증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복원과 관광을 한꺼번에 끌어안기보다는, 두 영역의 역할 분담과 재정 분담을 도·시·국가 차원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왕궁자연환경실천포럼 1차 연구모임 결과]
주제 : 생물다양성협약과 연구용역 결과 검토
강사 : 신재은(풀씨행동연구소 소장)
연구원 참여(10명) : 김종만(전북자연환경연수원), 정선숙(시민행동21), 문지현(전북환경운동연합), 원 경(희망연대), 강소영(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은 숙(무주자연환경연수원), 이상민 김란희 황인철 박영오(익산참여연대) 박 한(풀씨행동연구소)
Ⅰ. 왕궁자연환경복원사업 연구용역 검토 발제
1) “생태공원”이냐 “생태 전환”이냐
발제자는 왕궁 사업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질문으로, 이 공간을 단지 ‘생태적인 공원’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토지 이용과 공간 구조,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생태 전환’으로 갈 것인지를 제기했다. 현재 계획은 국립센터, 탐방로, 기념관, 빌리지, 스마트팜 등 다양한 사업을 한꺼번에 얹어 놓으면서, 결과적으로는 “생태공원 + 개발”의 혼합 형태에 가까운 구조를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태공원화는 시민에게 좋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복원 목표는 상대적으로 낮고, 시설·프로그램·인건비 등 장기 운영비 부담이 커지는 방향이다. 반대로 생태 전환을 선택하면, 눈에 띄는 관광·개발 효과는 줄어들 수 있지만, 토양·수질·서식지·생태축을 되살리고, 장기적으로 관리비가 적게 드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발제자는 왕궁이 국가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 공원 조성이 아니라 훼손지 복원의 모델을 보여주는 ‘생태 전환 프로젝트’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 왕궁의 국가 ‘복원 시범사업’ 위상과 GBF(훼손지 30% 복원)
발제자는 왕궁이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훼손지 30% 복원” 목표를 시험하는 국가 시범사업 가운데,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어디가 훼손지인지 체계적으로 파악되어 있지 않고, 복원 기술·제도·재원 구조도 취약하여, GBF 목표를 국가 전략 수치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는 진단이 제시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왕궁은 “훼손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과 지표로 복원을 설계·평가할 것인지, 어떤 재원·제도 메커니즘으로 뒷받침할 것인지”를 시험하는 실험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발제자는 환경부·연구기관·지자체·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왕궁이 국내 자연복원 정책과 제도의 기준점을 제공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3) 복원 개념·목표·지표에 대한 취약성과 과제
발제자는 한국 사회에서 “복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짚었다. 어떤 주체는 나무를 많이 심어 녹지를 늘리는 것을 복원이라고 이해하고, 다른 주체는 핵심종·서식지·생태축이 회복되어야 복원으로 본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농지·마을·숲이 새로운 균형 상태로 공존하는 것도 복원일 수 있다. 왕궁 계획 역시 목표 상태와 정량적 지표(종수, 서식지 면적, 수질·토양 수준 등)가 충분히 명시되지 않은 채, 생태공원 조성에 가까운 방향으로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자는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어떤 상태가 됐을 때 왕궁 복원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본 그림과 지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기준과 지표 설계에는 환경부·연구기관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4) 계획안(환경부·KEI vs 전북연구원)의 관점 차이와 시나리오
발제자는 환경부·KEI와 전북연구원이 각각 작성한 계획안을 비교하면서, 공간 구획과 사업 기간은 거의 같지만 “무엇에 방점을 두는지”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KEI 계획은 생태복원, 생태축 연결, 서식지 조성 등 생태기술적 내용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환경부의 복원 목표를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전북연구원 계획은 익산시의 요구를 반영해 생태경제, 관광, 일자리, 빌리지, 스마트팜 등 경제·지역발전 요소를 보다 강조하는 서술을 택하고 있다. 두 계획의 결과물이 큰 틀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원 중심 시나리오”와 “경제·관광 중심 시나리오”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하였다. 발제자는 지역이 이 두 관점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 또는 시민사회가 제3의 균형안을 제시할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5) 단계별 재원 구조(1·2·3단계)와 책임 분담
왕궁 사업은 1단계(27~30년), 2단계(31~33년), 3단계(34년 이후)로 나뉘며, 단계별로 주체와 재원 구조가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 발제에서 강조되었다. 1단계에서는 예타 대응, 기본계획 수립, 토지 매입, 초기 복원 등이 진행되며, 복원 사업비는 주로 환경부 국비, 토지 매입비는 익산시·전북도 재원이다. 2단계에서는 복원 확대와 함께 국립 자연환경 복원센터, 자연회복 기념관, 생태탐방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 “복원 + 기관·서비스” 사업이 추진되고,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된다. 3단계는 생태 빌리지, 스마트팜, 동선 체계 개선 등 예타 범위 밖의 사업으로, 도·시·민간·타부처 재원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다. 발제자는 1·2단계는 환경부가 비교적 명확하게 역할과 재원 부담을 약속하고 있는 반면, 3단계는 “알아서 할 일”로 밀려 있는 성격이 강하며, 지방 재정과 민간 투자 리스크가 집중되는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6) 국립 복원센터·복원추진단·운영비 문제
발제에서는 국립 자연환경 복원센터 설립과 복원추진단 운영에 대한 평가와 우려도 제기되었다. 국립센터는 왕궁을 국가 복원 정책의 거점으로 만들 수 있는 상징적·제도적 자원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관 설립에 따른 행안부·기재부 심사 부담과 장기 운영비 문제가 뒤따른다. 복원추진단(약 40명 규모로 상정)의 경우, 복원·시설 운영·연구·민간협력 등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 될 수 있지만, 인건비와 운영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3년 이후 환경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이 조직과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발제자는 광명동굴 사례처럼 “화려한 시설과 큰 조직이 남았지만,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되는 구조”가 왕궁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운영 모델·수익 구조·재원 조합을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 에덴 프로젝트·생태 빌리지·스마트팜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발제자는 에덴 프로젝트, 생태 빌리지(1,000세대), 스마트팜 등이 계획에 포함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들 사업의 타당성과 복원 목표와의 정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에덴 프로젝트는 관광·교육 기능을 결합한 대형 시설 모델이지만, 국비 지원이 불확실하고 왕궁 복원 사업의 예타 범위에서 사실상 빠져 있는 상태다. 생태 빌리지는 복원지 한복판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한센인 2·3세의 주거 개선과 일반분양을 동시에 노리지만, 복원 취지와 공간 구조 측면에서 적절한지, 분양·입주 수요가 현실적인지 의문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마트팜 역시 국립센터 인근에 첨단 농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와 경제효과를 기대하지만, 굳이 왕궁 복원지 안에 넣어야 하는지, 기대효과가 과장되어 있지 않은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발제자는 “복원 목표에 비해 개발·관광 요소가 과다하게 우겨 넣어진 구조”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8) 재생에너지·산업단지 연계 가능성과 누락된 논의
왕궁 일대는 훼손지이면서 배후에 국가산단·일반산단이 위치한 지역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인근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그 수익으로 복원지·공원을 운영하는 모델을 시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발제자는 이러한 “재생에너지–산단 연계” 구조가 복원지의 재정 자립과 장기 운영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재 계획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문구는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입지, 용량, 수익 배분 구조, 주민·기업 참여 방식 등은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복원지 안에 어느 정도 허용할지, 그 수익을 공원 운영비로 어떻게 귀속시킬지, 주민·기업과 어떤 파트너십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향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9) ESG·민간 재원과 복원 금융 모델
발제자는 최근 국제적 흐름에서 기업들이 기후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복원에 대한 기여를 ESG·재무 리스크 관리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원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ESG 성과로 인정받고자 하는 기업이 많지만, 실제로 “복원에 투자할 만한 현장”과 이를 코디네이션할 지역 주체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왕궁은 국가 시범사업이자 규모·상징성이 큰 현장으로, 민간 ESG 자금이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은 국비 투입 구조는 비교적 상세한 반면, 기업·민간 재원이 복원에 구조적으로 참여하는 설계(참여 원칙, 성과 인증, 수익 배분, 지역 환원 구조 등)는 부족하다. 발제자는 왕궁이 “공공재정 중심 복원 모델”을 넘어, 민간 자본과의 협업을 통해 장기적·확장 가능한 복원 금융 메커니즘을 실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10) 주민·시민 참여, 시민단체 역할, 장기 운영 시나리오
발제자는 왕궁 복원사업이 단지 행정과 전문가의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주민·시민이 조사·모니터링·교육·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때만 지속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익산·전북에는 이미 시민과학자 양성, 하천·습지 모니터링, 민관 거버넌스 경험이 존재하며, 이를 왕궁에 적극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한센인 정착지라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당사자와 후손,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설계도 중요하다. 또한 발제자는 “20년 후 이 공간을 누가 운영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2033년 이후 환경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국립센터 외 나머지 공간과 프로그램을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장기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시에만 맡겨두면 “문 닫힌 센터, 방치된 시설”이 될 위험이 크며, 시민단체·주민·협동조합·재단 등이 장기 운영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Ⅱ.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의제와 논점
1) 환경 축과 지역 축, 두 축에서의 기준 설정
사회자와 여러 참가자들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볼 때, “환경(생태·복원)”과 “지역(경제·주민 삶·지역발전)” 두 축에서 동시에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환경부는 GBF 목표와 복원 성과를, 익산시는 일자리·관광·지역경제를, 주민들은 악취·오염 해결과 생활여건 개선을 우선시하는 등 관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토론에서는 왕궁 사업에 대해 “환경만 보자” 혹은 “지역만 보자”는 단일 프레임이 아니라, 두 축 간의 균형·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라는 점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이는 예산 배분과도 직결되어, 국비는 주로 복원에, 도비·시비는 관광·개발에 투입되는 경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토론 주제로 제기되었다.
2) “복원”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와 합의 필요성
여러 참가자들은 환경단체, 도, 도의원, 행정, 지역주민 등 각 주체가 생각하는 “복원”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주체는 악취·오염 해결과 녹지 확충을 복원의 핵심으로 보고, 또 다른 주체는 생물다양성·핵심종·생태축 회복을 중시하며, 또 어떤 주체는 한센인 정착지의 역사 복원과 주민 삶의 회복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이해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같은 “복원”이라는 말을 쓰다 보니, 계획과 토론에서 서로 다른 기대와 목표가 뒤섞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과 향후 연구·논의를 통해 “왕궁 복원에서 말하는 복원의 개념과 목표 상태, 지표”를 명확히 합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3) 익산 지역 의제이자 국가 시범사업으로서의 공간적 스케일
토론에서는 왕궁 사업이 “익산의 지역 의제”이면서 동시에 “국가 시범사업”이라는 이중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익산 입장에서는 왕궁 악취·오염 문제 해결, 한센인 정착지의 삶과 기억, 지역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문제 등이 구체적인 관심사인 반면, 환경부 입장에서는 GBF 목표 이행과 국가 수준의 복원 모델 구축이 중심 과제다. 참가자들은 이 사업을 익산 내부 의제로만 볼 것인지, 전북·국가 차원의 시범모델로 설계할 것인지, 어떤 스케일에서 전략과 거버넌스를 짤 것인지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익산의 환경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전국 차원의 연대와 지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4) 거버넌스 구조 설계: 익산·전북·국가, 시민사회 네트워크
토론자들은 왕궁 복원사업이 익산시·전북도·환경부 등 행정 주체와, 다양한 시민단체·주민·전문가·기업이 함께 얽힌 복잡한 거버넌스 사안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익산 지역에는 환경 관련 경험·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북·전국 단위의 시민단체·전문가와 연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또한 “왕궁 복원 시민네트워크”와 같은 형태로, 익산참여연대, 환경연합,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연환경연수원, 시민행동, 희망연대 등 여러 단체가 역할을 나누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 네트워크는 연구·정책·예산 감시, 현장 모니터링, 주민조직화, 교육·캠페인 등 기능을 분담하며, 행정과의 협상·거버넌스에서 “시민사회 한 목소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5) 주민·시민 참여 방식 – 시민과학자, 참여계획, 교육
참가자들은 왕궁 복원사업이 주민·시민과의 참여 구조 설계 없이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유했다. 이미 익산에서는 시민과학자 양성, 하천·습지 모니터링,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 등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이를 왕궁 복원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한센인 정착지의 역사와 2·3세대 후손, 인근 마을 주민들이 복원·기념·기억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토론에서는 “시민과학자 양성과 모니터링을 왕궁 복원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포함시키고, 주민·시민이 조사·평가·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6) 생태관광·지역경제와 복원 간의 관계
일부 토론자는 환경부가 추진해온 국가 생태관광지 사업 경험을 언급하며, 복원과 지속가능 이용, 주민 경제 참여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전북은 이미 여러 생태관광지 사업을 진행해 왔고, 생태공원·생태관광 모델이 “보전 + 이용 + 주민 경제”를 함께 추구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다만 다른 참가자들은 관광·개발이 과도하게 앞선 사례에서 환경·경제 모두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며, 왕궁에서는 복원을 우선하고 관광·개발은 그 위에 보조적으로 얹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산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상황에서, 이 사업이 실제로 지역 인구·경제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제기도 있었다.
7) 토지 매입, 듬성듬성한 국가·지방 소유지 구조
토론에서는 왕궁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과 한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왕궁이 시범사업의 조건을 완벽히 갖춘 곳이라기보다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국·공유지와 매입토지가 있고, 한센인 정착지라는 역사적 상징성, 축산·악취 문제 해결 경험 등이 결합되어 “그래도 명분과 면적이 있는 후보지”로 선택된 측면이 크다고 보았다. 동시에 토지가 한 덩어리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국가 매입지와 시·도의 매입지, 민간 소유지가 듬성듬성 섞여 있어, 산림·생태축을 연결하려면 추가로 사야 할 땅이 많다는 현실도 지적되었다. 특히 산림축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일부 농지·사유지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추가 매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재정 부담과 직결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8) 에덴 프로젝트와의 관계, 도·시 재정 부담
토론에서는 왕궁 복원과 별도로 추진되어 온 에덴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익산시는 왕궁 복원 사업과 연계해 에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고, 시장이 영국 현장을 방문하고 수십억 규모 용역을 진행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역 사회에서 에덴 프로젝트는 “왕궁에 붙여서 생태+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로 인식되지만, 전북도가 예산 부담에 소극적이고, 실제 토지 매입과 조성비 상당 부분을 익산시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왕궁 복원사업 예타 범위에서 사실상 빠져 있는 에덴 프로젝트를, 왕궁과 별개로 독자 평가·검증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복원과 관광을 한꺼번에 끌어안기보다는, 두 영역의 역할 분담과 재정 분담을 도·시·국가 차원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