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 참 좋더라...

운영자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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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참 좋더라...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지도위원



지난 주 수요일 미륵사지를 찾았다. 전주서 오신 어르신 두 분이 익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여 모신 것이다. 평일이지만 곳곳에 사람들이 있고, 좀 있으니 젊은 친구들 10 여명이 단체로 지나가고 외국인도 몇몇 눈에 띈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찾는다니 역사유적이면서 관광지인 미륵사지가 자리 잡아 가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시다시피 미륵사지는 80년대부터 발굴 조사가 진행되어 동탑이 9층 석탑으로 조성되고, 서탑은 10년의 복원기간을 거쳐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선을 보였으며, 2015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립박물관이 새롭게 건립되고 주변 경관이 정비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나름 말끔하게 정비된 모습으로 선을 보인지 3년쯤 되었나보다.

요즘은 ‘2022 익산 미륵사지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페스타’가 진행되면서 야간에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옥에 티라고 할까. 아쉬운 점이 있더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차장이다. 미륵사지 앞을 지나던 도로를 밖으로 밀어내고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를 조각조각 내고 사이사이를 막아놓아 마치 미로찾기를 해야 하는 식으로 진출입이 혼란스럽다.

익산시민도 헛갈릴 정도이니 외지인이 방문한다고 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다. 칸막이 없이 넓게 조성하고 중간 중간 진출입로만 열어두면 좋았을 것이다. 미륵사지의 너른 터와 어울리고 도로에서도 미륵사지 터와 탑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차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진출입도 수월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는 답답하게 분리된 주차장 곳곳에 막대기 세워놓듯 가로등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도로에서 보면 조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보인다. 왜 그랬을까?

미륵사지 터와 탑의 조망을 해칠까 봐 건물을 지하로 내리고 지상으로는 아주 낮게 조성한 박물관의 문제의식과도 맞지 않다. 조명이 꼭 위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에 낮게 있어도 좋고 역사유적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컨셉으로 조명을 만들어 조성하면 더 멋진 야경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수요일 낮 시간은 땡볕에 좀 더웠던 날씨였다. 주차하고 박물관과 미륵사지터의 경계쯤에 자리한 나무그늘아래 의자들이 줄지어 있어 여느 사람들처럼 자리하고 앉았다. 바람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나무와 나무사이에 걸어놓은 현수막이 세찬 바람에 너풀거린다. 자그만치 3개나 걸어 놓았더라.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렇게 미관을 해쳐도 되는 것인지. 주차장쪽에 게시판을 놓아 홍보해도 될 것을. 미륵사지터에 버젓이 현수막을 걸어놓는 무지함은 또 뭔가.


앉아있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게 좋다.

탁 터진 사방으로 시원한 초지가 펼쳐져 있어 눈도 시원하고 몸도 시원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고 익산이 부럽다”고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내가 봐도 너무 좋다. 오밀조밀 건물이 들어차 이것저것 볼 것이 많은 불국사가 나름의 멋이라면 이곳 미륵사지는 탁 터진 공간에 푸른 초지와 배후의 미륵산을 두고 있음이 멋이라 할 만 했다.


이제 찬바람이 불고 선선한 가을이다. 탑을 돌아도 좋고, 터 둘레를 길게 돌아도 좋고, 박물관을 들러도 좋고, 이도저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 너른 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미륵사지를 소개하고 싶다. 한번 둘러 보시라.

마음이 시원하니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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