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 시절 일상의 추억!

운영자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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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일상의 추억!


권오성(금마서동협동조합 사무국장)


 글과 말로 일상을 떠드는 게 정말 한심하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일상인들 온전할 리 없고, 모든 게 모래 위의 성처럼 너무 위태롭다. 공정해야 할 상식과 법치는 힘 있는 자를 도울 뿐 평범한 소시민에게만 지독하게 가혹하다. 경제 선진국이 된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비현실 같은 현실이다. 불안함에 불면의 날들로 지치고 힘들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조차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성장한다고 했던가, 이 고비를 현명하게 넘긴다면 가성비 있는 민주주의 성숙을 가져올 수도 있을 거라는 위안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잠시 한가로운 얘기를 하자면, 기억에 남는 첫 풋사랑은 고등학생 때였다. 1학년이던 시절 친할머니 집에 세 들어 사는 한 살 많은 여학생으로 추억한다. 또래보다 성숙했던 그는 가정 형편상 중퇴를 했다고는 했는데, 어찌해서 시를 적은 그림엽서를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 당시 시화가 유행이었던 시절 어느 저녁에 단둘이 만나기로 편지를 보냈다. 하굣길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동네 껄렁한 남자 선배들과 함께 있는 여학생을 멀리서 발견하곤 비겁하게 발길을 돌린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일상의 관심사는 서정시와 연정이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이문열은 작가 이상의 존재였다. 단편집도 즐겨 읽었지만, 당시 ‘사람의 아들’은 삶의 존재를 탐구하는 인생책이었다. (물론 나중에 그의 책들을 죄다 내다버렸다.) 학과와 종교 동아리 활동에 열중한 나머지 당시 활발한 민주화운동에는 별 관심을 두지 못했다. 하지만 5월 교정에 걸린 80년 광주의 현장 사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주변 세상이 달리 보였다. 처음으로 ‘불법’ 거리 시위에 참여했고, 마침 학기 초부터 눈에 밟히던 여자 동기도 선배랑 같이 매주 집회에 나갔다. 어느 날 고백을 담은 쪽지를 건넸지만, 예상대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슴은 꽤 아팠고 수업 때문에 자주 마주치기는 했으나 이후 잦은 집회로 겨우 인사만 나누었다. 이미 고인이 된 그 친구를 향한 당시의 애틋한 기억은 민주화 신념과 함께 삶의 일부였다.


 복학 후 학내 분위기는 출세와 취업이었다. 학점을 만회하려고 부단하게 도서관을 다니면서 알게 된 여자 후배와 열띤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종교는 내게 이제는 관심 밖이었을 뿐만 아니라 근본주의 종교인은 오히려 피했는데, 어느새 무의미한 종교 이야기를 휴게실에서 주고받았다. 물론 다른 이유가 컸지만, 종교 용어와 그 분위기에 익숙한 둘은 높은 학점과 더 좋은 직장을 고민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사회 문제는 여전했지만, 민주주의가 퇴행할 거라는 징후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좋은 아내로 잘살고 있는 그에게서 소통과 배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후에도 내 일상은 주변 사회 환경의 지대한 영향 아래 서로 교차하고 섞여서 이어져 왔다. 하지만 허탈감은 있을지언정 지금만큼 위기감을 느낄 때는 없었다. 격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그 둘의 조화는 쉽지 않을 수 있고, 일상을 포기한 채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우리의 일상은 어떤 식으로 이어져갈 것이다. 그 일상이 부디 다양한 선택의 자유 속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한 가지 선택 속에서 뭔가를 희생하는 운명의 시대가 아니길 바란다. 평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우리 사회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허약함에 매우 놀라며 하루를 보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만, 분노는 영혼을 일깨울 수도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이웃이 어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어디 ‘환상특급’의 비현실 세계에 들어간 드라마의 얼빠진 주인공처럼 낯설기도 하다. 그렇지만 확신컨대 다음 글로 만날 때에는 개인 일상과 우리 사회의 희망이 교차하는 말들로 채워지고, 글을 읽는 시간이 한가롭지 않다고 여기는 시절로 되돌아가 있을 것이다. 꽤 번거롭고 힘들긴 하겠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꾸준히 열어나갈 거라 믿는다.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106호 칼럼글에 실렸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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